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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기 타개” 고위당정회의에 담긴뜻
입력1997-10-20 00:00:00
수정
1997.10.20 00:00:00
최창환 기자
◎경제 상황인식 달라 “평행선”/당,기아·종금사 지원방안 촉구/정 “현위기 구조조정 과정일뿐”정부와 신한국당이 19일 여의도 신한국당 당사에서 가진 고위당정회의는 경제운용을 둘러 싼 당정간의 심각한 갈등만 노출하고 끝났다.
증시안정대책을 일부 도출해냈지만 경제난에 대한 상황인식과 해법에 대한 양자간의 현격한 인식차이로 당면현안을 근본적으로 해결해낼 수 있는 복합적인 대책을 마련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날 대책이 이름은 「금융시장 안정대책」으로 포장됐지만 내용은 증시대책만 나열한 점이 이를 반증한다.
이는 정부가 현재의 위기국면을 「구조조정과정에서 나타나는 일시적인 혼란」으로 규정, 대응방안도 「금융기관과 기업이 자율적으로 알아서 해야 할 것」이란 안이한 상황인식과 정책대응을 조금도 굽히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신한국당이 이날 요청한 기아문제의 조기해결은 금융계와 재계 등 국내 경제계뿐만 아니라 외국금융기관들도 공통적으로 제기하고 있는 난국 돌파의 열쇠다. 기아처리와 관련된 정부의 무원칙한 태도가 우리경제에 대한 불확실성을 증대시키고 이것이 국내외 불안감으로 이어져 위기를 증폭시킨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날 당정이 논의한 뒤 발표한 내용은 『당이 이달 안으로 기아문제를 해결해야 금융불안이 해소된다』는 것이고 정부는 이에 대해 『노력하겠다』는 의례적인 수사를 나열한데 불과했다.
당초 신한국당이 정부에 요청한 기아문제에 대한 정부의 불개입 선언은 사실상 기아그룹 처리를 화의로 해결하라는 요청으로 해석되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화의에 반대하고 법정관리를 선호하면서 이를 추진하지도 못하고 내심 화의를 바라는 금융기관들에 대해 화의에 동의하지 말 것을 요청하는 등 엉거주춤한 자세를 견지하고 있다.
정부측은 도리어 경제보다도 비자금 폭로공방 등 정쟁이 주식폭락의 주요인이라며 이같은 경제외적 요인이 제거되면 주식시장은 곧 안정될 것이라고 강변하고 있다. 증시안정대책도 일본자금에 대한 주식양도차익을 비과세조치 조기시행 등 기존에 발표한 대책을 성실히 추진할 것을 약속하고 배당우대정책 등 제도개편이 수반돼야 하는 장기대책 위주로 마련한 것도 이같은 태도때문이다.
배당우대정책 등은 우리 증시에서 투기적 단기매매만 성행하는 점을 고려할 때 긴요한 정책이긴 하다. 그러나 증시침체로 투자자들이 막대한 손해를 입을 뿐만 아니라 기업들의 자금조달원인 증시의 기능이 마비될 지경에 처한 현재 상황에 비춰 시의적절한 대책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예상대로 경제팀의 안이한 상황인식이 거의 개선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날 대책의 약효가 당장 오늘 아침 증시에 어떻게 나타날지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날 회의에서 신한국당측도 기존에 요청했다 받아들여지지 않은 각종 현안들을 나열했을 뿐 난국극복을 위한 근본적인 대안을 제시하지는 못했다는 평가다. 당측은 이날 외국인주식투자한도 추가 확대 등 단순한 증시대책 외에 기아해결과 관련한 정부와 정치권의 간여를 배제하겠다고 선언하고 종금 등을 포함한 부실금융기관에 대한 추가적인 한은특융을 요청했다.
또 ▲부채상환을 위한 비업무용 부동산에 대한 양도세 면제 ▲차입금 손비부인시책 유보 ▲임시투자세액공제 전면 적용 ▲증자소득공제의 부활 등을 요청했다.
재경원측은 이같은 당측 요청에 대해 그동안 재계 등에서 건의를 받아 줄곧 제기해온 현안들을 다시 나열한 것이라고 평가절하하고 세수결손이 막대한 형편에서 수조원의 세수 추가결손을 초래할 방안을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난색을 보이고 있다.<최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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