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입체분석­기업문화:41/풍산그룹(재벌)

◎비철금속 외길… 세계 최고 ‘우뚝’/신동제품·주화용 소전 생산량 ‘독보적’/‘사업보국’ 경영이념 아래 노사 혼연일체『그는 사업경영을 축재가 아니라 부국과 결부시킨데서 사업의 정당성을 찾았다. 이는 건설적인 기업활동을 애국으로 간주한다는 점에서 문화적 민족주의자들(cultural nationalists)의 논지와 부합된다. 한국의 다른 재벌그룹들은 모든 사업분야에 손을 뻗쳤지만 그는 한가지 제품생산에 매진했다.』 몇해전 재미 인류학자 김중순 교수(테네시대학)가 한국인의 가치관, 윤리, 친족관계 등의 문화적 특성이 조직사회와 경제생활로 이행되는 과정을 규명한 논문(한국의 산업문화­풍산의 민속학)에서 모델로 삼은 유찬우(75) 풍산그룹 회장에 대해 언급한 부분이다. 포항제철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철강업체라면 풍산은 비철금속 분야에서 외길을 걸어온 기업이다. 풍산은 국내 신동제품(동 및 동합금제품)수요의 50% 이상을 공급하고 수출량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미국 현지법인인 PMX인더스트리사와 태국의 합작법인인 파댕­풍산메탈사를 합치면 세계 최대의 신동생산 그룹중 하나가 된다. 국내와 해외사업장을 합한 연간 동제품 총 생산능력은 40만톤. 세계 최대의 동제품 생산국이자 소비국인 미국의 연간 시장이 1백20만톤임을 감안하면 풍산의 위상을 짐작할 수 있다. 특히 주화용 소전(문양과 액면가가 찍히지 않은 동전)의 경우 풍산은 세계시장 유통량의 60%까지 공급하는 이 분야 최대기업. 그러나 이러한 자랑스런 기록에도 풍산은 스스로를 그룹이라 부르지 않는다. 이것은 풍산의 문화를 이해하는 매우 중요한 단서가 된다. 바로 「전문기업」이다. 풍산의 저변을 흘러온 큰 물줄기가 바로 「한 우물 파기」로 최고가 된다는 것. 풍산의 모든 계열사들은 일관된 전문화방침에 따라 설립됐다. 동합금판으로 반도체 리드프레임을 생산하는 풍산정밀이나 동관과 동이음쇠를 생산하는 풍산산업, 동제품을 생산하며 동원료를 조달하는 풍산금속상사 등 모든 계열사들은 신동산업과 연관돼 설립됐다. 풍산은 내년에 창립 30돌을 맞는다. 풍산의 오늘 모습에는 45세에 회사를 세운 유회장의 집념과 철학이 구현되어 있다. 유회장은 『기업을 하는데 「무엇을 위해」와 「어떻게」라는 명제에 대하여 분명한 원칙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기업가라면 이윤을 추구해야 하지만 성공적인 기업경영을 통해서 국가에 봉사한다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늘 말해왔다. 그는 『우리나라와 같은 부존자원이 없는 나라에서는 하나의 제품에 집중하지 않으면 세계적인 기업이 될 수 없다. 한우물을 파서 세계적인 기업이 될때 비로서 그 기업은 민족기업이 되는 것이다』는 지론을 실천했다. 유회장이 추구하는 모든 경영활동의 궁극적인 목표는「사업보국」으로 귀착되고 그 방법론은 전문화라는 매우 절제된 길이었다. 풍산의 임직원들은 이같은 회장의 목표에 대해 상당한 자긍심을 갖고 있다. 사업보국과 전문제일주의가 풍산이 바깥에 비친 모습이라면 공존공영과 전통문화의 존중은 풍산인들의 정신을 이끌어가는 두 축이다. 「풍산은 들어가기도 쉽지 않지만 나오기도 어렵다」고 말한다. 풍산에는 「명예퇴직」이라는 단어가 없다. 하물며「해고」는 더 말할 필요도 없다. 실적위주로 사원들에게 책임을 묻는 모습도 찾아보기 힘들다. 이는 회사와 사원이 공동운명체이며, 회사의 발전과 사원 개개인의 발전을 동일시한다는 특유의 문화에서 비롯됐다는 게 풍산인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이는 곧바로 다른 생각없이 회사를 위해 열심히 일할 수 있는 가장 든든한 배경이 되고 있다. 유회장은 사원들과 대화할 때 『나도 노동자인 때가 있었다. 나와 여러분을 노와 사로 구분하지 말라. 노동력을 제공하든, 자본을 제공하든 같은 사원의 위치에서 많이 아는 사람이 지도자가 되는 것이다. 나를 사원대표라고 불러주고 우리회사에서는 노사라는 말 자체를 없애자』고 말한다. 풍산은 무엇보다 인간관계의 가치를 중시하고 전통문화에 대한 애정을 잃지 않으려고 애쓰는 문화를 유지하고 있다. 유회장 자신이 조선왕조 임진왜란 시기의 명재상으로 이름이 높은 서애 유성룡선생의 12대손이다. 조상에게 물려받은 전통을 후세에 이어주는 가교역할을 자부하고 기업활동의 근본으로 삼고 있다. 유회장 자신은 현재 서애선생기념사업회의 회장으로 조상에 누가 되지 않는 기업인이 되겠다고 늘 다짐하고 있다. 풍산에는 다른 기업에서는 찾아 볼 수 없는 독특한 교육프로그램이 있다. 「안동 병산서원 연수」가 그것이다. 선비정신, 전통문화의 이해, 탈춤공연, 동양의 지혜에 대한 이해 등이 이 교육의 주내용이다. 간부가 되는 모든 사원은 이 교육을 거쳐 회사를 지탱하는 정신적 원류를 깨닫도록 되어있다. 이 전통문화 수련과정은 미국의 한 TV방송에서 「태평양시대」(The Pacific Century)라는 제목으로 만들어져 미국전역에 방송하기도 했다. 이들은 서원에서의 연수를 현대 기업이 문화유산으로부터 힘을 원용하는 방법의 한 예로 평가했던 것이다. 이처럼 유회장 개인의 가치관이나 풍산의 기업문화의 저변에는 유교적 전통 가치관과 문화가 자리잡고 있다. 앞에서 언급한 김교수의 논문은 『풍산과 유회장에게는 정치화된 유교가 아니라 유교적 윤리관이 기업역량으로 발휘되도록 함으로써 사업활동을 고취시키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그것은 일종의 도덕적 신념의 역할을 하기도 한다』고 평가했다. 보수와 안정을 지향하던 풍산도 최근 유회장의 차남인 유진(40)사장 취임에 따라 사풍의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일본과 미국에서 공부를 마치고 승계수업을 받아온 유사장은 「매출의 극대화 보다는 이익의 극대화」「내실있는 목표관리」등 미국식 경영방침을 접목시키며 사원들을 독려하고 있다. 그는 최근 자신의 주도로 광역조명사업을 위한 합작회사를 설립함으로써 그동안의 신동외길에서 사업다각화의 가능성을 열어 놓기도 했다. 올해 처음으로 신동제품 생산량 20만톤을 달성할 것으로 보이는 풍산은 「2000년 30만톤 생산」이라는 비전을 세우고 있다. 옆을 돌아보지 않고 안락한 이윤추구에 빠지지 않는「한길보기」의 연장이다. 여전히 앞만보며 달리는 믿음직한 기업으로 남겠다는 것이다.<박형준 기자> ◎인터뷰/유찬우 회장/“경제가 불황속에 빠졌어도 기업은 국가내일 대비해야”/“일은 곧 취미이자 젊음의 비결”/미­태­중 연결 생산기지 구축 『기업을 운영하는 것과 돈을 버는 것은 근본적으로 다릅니다. 먹고 살기 위해서 무슨 일을 하는 것과는 달리, 사명감을 갖고 국가와 사회가 필요로 하는 것을 제공해야 하는 것이 기업입니다.』 유찬우 회장은 기업인의 사회적 역할을 이같은 말로 강조했다. 『경제가 어렵다고 손을 놓고 있으면 안됩니다. 힘들더라도 내일을 대비해야 합니다. 우리 회사는 지난해와 금년에 그 어느해보다 많은 설비투자를 벌이고 있습니다. 누가 하더라도 해야 될 일이 있으면 해야합니다』는 말도 같은 맥락이다. 최근 경기가 침체됐다고 국가 발전에 꼭 필요한 설비투자까지 줄어들고 있는 현실을 우려하기도 했다. 풍산의 미래에 대해 그는 『국내 신동공장과 미국의 3개 신동공장, 태국의 합작신동공장, 중국의 현지공장을 이으면 환태평양 시장을 연결하는 생산기지가 된다』며 『앞으로 발전 가능성이 세계 어느 곳보다 큰 이 시장을 풍산이 이끌어 나갈 것』이라고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여러가지 일은 하지 못해도 풍산이 맡은 분야에서 만큼은 세계 어디 내놔도 손색이 없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신동제품 외길을 걸어온 집념에서는 자긍심까지 표출되고 있다. 칠순을 넘긴 나이에도 수행비서 한명없이 가방하나만 들고 해외시장을 누비고 있는 유회장은 『일이 곧 취미다』며 『틈만나면 공장 곳곳을 둘러보며 기술자들과 대화하기를 즐기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내가 아직 경영일선에 남아 있는 이유는 국내 4개공장은 물론, 해외공장의 어느 기계가 어디에 있고 그 상태가 어떤지 환히 들어있기 때문이다』고 말하고, 「일이 곧 젊음의 비결」이라고 강조했다. 오랜동안의 해외여행에서 돌아와 공항에서 곧바로 지방공장으로 내려갈 정도로 의욕적인 유회장은 『집안에 들여놓은 헬스기구로 매일 운동을 하고 소식과 절제된 생활습관을 즐기면서 정신과 육체가 모두 건강한 기업인으로 남는것이 작은 소망』이라고 덧붙였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