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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겨냥한 기획영화·드라마 신통찮은 반응
입력2006-04-21 07:55:34
수정
2006.04.21 07:55:34
한국과 일본 관객 눈높이 다르지 않다
'한류 열풍'이 불면서 일본 시장을 겨냥한 '기획상품'들이 쏟아지고 있으나 썩 좋지 않은 결과를 낳아 역효과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일본인이 좋아하는 배우가 출연하거나, 일본인이 좋아한다고 생각하는 내용으로 화려한 포장과 함께 일본에 진출하는 영화나 드라마가 꾸준히 생산 중이다. 그러나 시장과 제작 규모가 커지는 만큼 화제와 성적표가 나오지 않고 있다.
오히려 일본 시장에서 한류 열풍이 사그러드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걱정이 고개를 들고 있다.
최지우 주연 영화 '연리지'. 13일 국내 개봉한 이 영화는 통상 가장 관객이 많이 든다는 첫 주말에 전국 관객 5만4천명을 포함해 1주일 만에 겨우 12만 명을 넘어섰다.
15일 일본에서 개봉한 이 영화는 '지우히메'의 인기를 업고 개봉 첫 주말 4위를기록했다. 같은 주 개봉한 '내니 맥피:우리 유모는 마법사'도 제쳤다.
그러나 영화를 보고 난 일본 관객의 평은 그리 좋지 않다. '너무 뻔한 내용'이라는 게 대세다. '4위'라는 기록은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애매한 성적이며 지속적인 관심이 유지될 것이라는 장담은 하지 못하는 성적이다.
2월 개봉했던 권상우 주연 영화 '야수' 역시 일본에서 성적이 만족할 만한 수준이 아니었다. 권상우가 주연을 맡아 제작단계에서 일본 아뮤즈 엔터테인먼트사에 약400만 달러에 판권이 팔렸다.
개봉 전 예매권은 3만5천장이 팔려 나가 흥행을 예감케 했으나 초반의 관심은개봉 후 급속히 냉각됐다. 제작사 관계자조차 "최종 스코어를 밝히기 꺼려질 정도로 일본에서도 그다지 반향을 얻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야수'의 국내 개봉 성적도 당초 기대에 턱없이 못미치는 전국 관객 105만 정도수준이었다.
드라마도 마찬가지다. 작년 권상우와 김희선을 내세운 드라마 '슬픈 연가'는 막상 방영되자 국내뿐 아니라 일본 시청자의 관심이 제작 전보다 훨씬 덜했다. 일본판매를 위해 배용준과 최지우를 톱스타로 올려놓은 드라마 '겨울연가'의 구도를 그대로 답습한다는 지적이 제작 전부터 나왔던 작품이다.
한국 시청자한테서는 "도대체 무슨 고리타분한 이야기를 하느냐"는 비아냥거림을 듣기도 했고, 일본 시청자도 썩 호응하지 않는 결과를 낳았다.
최지우ㆍ권상우 주연 '천국의 계단'이 히트하자 이를 연출한 이장수 PD가 일본시장을 본격적으로 공략하기 위해 제작한 '천국의 나무'. 아예 일본인들의 기호에맞춰 제작했다.
일본의 방영 방식인 45분짜리 13~14부 드라마로 선보이기 위해 국내에서는 70분물 10부작으로 만들었다. 전량 일본에서 촬영했으며, 대사에는 일본어가 넘쳤다. 이렇게 만들어진 '천국의 나무'는 한국 시청자의 취향에는 전혀 맞지 않아 시청률 10%도 넘기지 못한 채 소리없이 종영하고 말았다.
일본 후지TV에서는 5월4일부터 새벽 1시45분 매주 한 편씩 방영될 예정이며, 후지BS에서는 4월6일부터 방영되고 있다. 위성TV인 까닭에 시청률 집계는 쉽지 않다.
제작사 관계자는 "방영이 된다 해도 어차피 시간대에 한계가 있는 만큼 절대적인 수치는 높지 않을 것이라 예상하지만 동시간대 프로그램 중에서는 화제를 모으리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겨울연가' 성공 신화의 또 다른 축 윤석호 감독의 '봄의 왈츠'도 제작 전의 관심에 비하면 지금의 성적표는 초라해 보인다. 해외에서 먼저 제작비를 유치해 국내방송사에는 저작권 없이 방영권만 내주는 등 외주제작사로서 당당히 권리를 내세울수 있었던 건 '윤석호'라는 브랜드 파워였다.
아직 해외에서 방영된 곳은 없으나 한자릿수 국내 시청률은 민망하다.
반면 250만 명이 관람하며 일본 내 한국영화 최고 흥행을 기록한 영화 '내 머리속의 지우개'. 작년 10월 개봉돼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며 약 30억엔(246억원)을벌여들였다.
최소한 일본에서 정우성은 배용준 정도의 스타가 아니고, 손예진 역시 한창 촬영 중이던 '외출'에서의 배용준 상대배우 정도로만 알려져 있었다. 배우의 힘이라기보다는 영화의 힘으로 이 같은 결과를 얻었던 것.
수입사인 아뮤즈엔터테인먼트 사장이 손예진에게 감사 편지를 보냈을 정도로 일본 수입사조차도 놀란 성적이었다.
'내 머리 속의 지우개'의 한국 반응도 좋았다. '너는 내 운명'이 등장하기 전까지 멜로 영화 최고 기록을 갖고 있었다. 일본 원작의 이 영화는 흥행 성공 후 일본에 역수출돼 인터넷 드라마로 만들어져 이달 26일부터 방영될 예정이다.
결국 한국에서 좋은 작품으로 평가받고 한국 관객 또는 시청자에게 인정받는 작품이 일본에서도 통한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일본에서 한국 영화 흥행 기록은 '내 머리 속의 지우개'에 이어 '내여자친구를 소개합니다' '쉬리' 순으로 모두 한국에서도 큰 인기를 모았던 작품이다.
그러나 부가판권 및 부가 상품 개발이 취약한 한국보다 훨씬 더 큰 시장인 일본을 안이하게 공략하려는 '상품'들로 인해 일본에서의 반응이 점점 싸늘해지고 있다.
'내 머리 속의 지우개'와 한일 합작영화 '역도산'을 제작하는 등 일본 시장 공략에 적극적인 차승재 싸이더스FNH 대표는 "일본에서 한국 영화가 마치 1980년대 한국에서의 홍콩 영화가 되지 않도록 철저한 준비를 해야 한다. 적당히 인기 있는 배우를 주인공으로 찍었던 당시의 홍콩 영화의 몰락을 유념해야 한다. 국내에서 다시관심을 보인 '무간도'가 등장하기까지 홍콩 영화는 10년 넘는 세월 동안 철저히 외면받았다"고 말했다.
"작품이 우선이며, 그러다 보면 흥행도 따라올 것이라 생각한다"는 그는 "일본관객도 한국 관객과 보는 눈은 똑같다. 한국 관객을 만족시키는 상업영화가 일본 관객도 만족시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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