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리는 조직을 꾸려가는 최고경영자(CEO)는 외롭고 고단하다. 매각 얘기가 나올 때마다 조직이 휘청대고 직원들은 웅성거린다. 신뢰가 생명인 은행은 더욱 그렇다.
지난 1월 말 취임한 손교덕(사진) 경남은행장은 요즘 하루하루 피가 마른다. 경남은행 행원으로 시작해 36년 만에 행장에 올랐지만 기쁨을 느낄 시간도 없다. 팔리는 조직에서 영업망을 부여잡느라 하루가 모자랄 정도로 뛰어다닌다.
취임 후 지난달 15일 경영전략회의를 가진 다음 일주일에 두 번 이상 지역 중소기업을 방문한다. '잃어버린 고객'을 되찾기 위한 고토 회복 작전이다. 경남은행이 이달 1일 내놓은 '기업금융 원스톱 지원 데스크'는 손 행장이 발로 뛰어 일군 작지만 소중한 '맞춤형 금융 지원 제도'다. 3개 이상의 본부 부서 협의가 필요한 요청건의 경우 협의회를 상시 개최해 접수일로부터 이틀 이내에 지원책이 마련되도록 했다. 한시가 급한 중기인들에게 응급 자금을 지원해주기 위함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부산은행으로 매각이 결정된 후 좀처럼 진전되지 않던 국회의 조세감면특별법 통과가 가닥을 잡은 것. 방향을 찾았기 때문에 더 뛸 수 있는 공간이 생겼다.
경남은행 내부 출신으로 15년 만에 최고 자리에 오른 손 행장. 그는 "매각 기업에서 고객을 늘리기 위해서는 경쟁자보다 한발 더 뛰는 길밖에 없다"고 웃음을 지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