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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그룹서 회장 나오기 힘들듯
입력2010-07-15 21:10:47
수정
2010.07.15 21:10:47
15일 오후 서울 한남동 승지원 정문. 만찬 약속시간인 오후6시30분이 다가 오자 재계 총수들이 탄 차량이 하나둘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총수를 태운 차량들은 옆에 있던 취재진을 뒤로 하고 바로 승지원 안으로 자취를 감췄다. 모임의 중요성 때문인지 승지원에는 50여명이 넘는 취재진이 몰려 북새통을 이루기도 했다. 5년 만에 승지원에서 이뤄진 재계 총수들의 만찬은 이렇게 시작됐다.
이번 회동은 친목 성격이었지만 사실상 차기 전경련 회장 선임건의 주요한 전기가 된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이날 회동에는 정몽구 현대자동차 회장, 구본무 LG그룹 회장,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 등 몇몇 주요인사가 빠지기는 했지만 전경련 회장단 대부분이 참석해 차기 회장에 대한 논의가 자연스럽게 이뤄졌기 때문이다.
일단 만찬은 칵테일을 들면서 가벼운 주제부터 시작됐다. 전경련의 한 고위관계자는 “이건희 회장이 일일이 총수들과 악수를 나누며 반갑게 인사했다”며 “날씨와 건강 등 가벼운 주제부터 이야기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오랜만의 회동이어서인지 시종일관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다는 게 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전경련 등 재계는 조석래 회장의 뒤를 이를 차기 회장으로 4대 그룹에서 맡아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이날 회의에서도 회장단은 이 같은 재계와 전경련의 의사를 이 회장에게 전달했다.
하지만 이 같은 재계의 꿈은 일단 이뤄지지 않았다. 이에 대해 이 회장이 고사 의사를 강력히 피력했기 때문이다. 이 회장은 평창동계올림픽 유치 등 여러 사정으로 회장직을 수락하기가 쉽지 않다는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의 한 관계자는 “사실 이 회장이 전경련 회장직을 맡을 가능성은 거의 제로에 가깝다”며 “이 같은 이 회장의 의중이 이날 만찬에 상당 부분 전달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삼고초려가 아니라 백고초려라도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
전경련 회장단이 모인 자리에서 이 회장이 고사 의사를 밝히면서 사실상 이 회장에 대한 추대 형식은 실현 가능성이 없어졌다. 전체 회장단이 모인 가운데 고사 의사를 밝혀 다시 재추대하는 게 불가능해 졌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4대 그룹 가운데 차기 회장 후임으로 정 회장 쪽으로 무게중심이 쏠리고 있으나 이 역시 가능성은 높지 않다. 정 회장도 전경련 회장직을 맡지 않겠다는 의사를 회사 고위임원들에게 직ㆍ간접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현대차의 한 관계자는 “전경련에서 정식으로 추대해도 정 회장이 쉽게 수락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현재로서는 전경련 회장 수락 가능성은 극히 낮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과 정 회장이 고사함에 따라 4대 그룹 가운데 구 회장과 최태원 SK 회장이 남아 있으나 이들 또한 가능성이 희박하다. 구 회장은 전경련과 일정 거리를 두고 있고 최 회장은 나이 등으로 회장직을 꺼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다 보니 재계 일각에서는 ‘임기 조건부 회장’으로 4대 그룹 내부에서 회장을 모시는 방안도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 전경련의 한 관계자는 “예전에 구자경 LG 명예회장이 18대 회장으로 취임 할 때 ‘꼭 2년만 하겠다’는 조건을 내걸었고 2년 뒤에 물러났다”며 “임기 조건부 회장 수락도 예상해볼 수 있는 시나리오”라고 말했다.
한편 4대 그룹 내에서 회장이 나오지 않을 경우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허창수 GS그룹 회장 등이 유력시되는 분위기다. 김 회장은 1952년생이고 허 회장은 1948년생이다. 재계 일각에서는 4대 그룹 총수들이 회장을 맡지 않을 경우 비교적 젊은 회장으로의 세대교체도 필요한 것으로 보고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젊은 회장이 전경련 회장을 못할 이유는 없다”면서 “이번 기회에 세대교체를 하는 것도 좋은 방법 가운데 하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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