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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진출 과제(한민족경제권이 떠오른다)
입력1997-09-08 00:00:00
수정
1997.09.08 00:00:00
임웅재 기자
◎탄탄한 「코리아 네트워크」 구축 시급/북경·연길·심양 등 한국기업 1,400개 업체/기술·경영노하우 결집 공유체제 마련을고속성장을 거듭중인 중국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혹은 저임금을 찾아 중국에 진출한 한국의 중견·중소기업인들은 대금회수와 은행대출의 어려움, 낮은 제품인지도 때문에 중국 내수판매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부분의 제조업체는 저렴한 인건비를 무기로 한국이나 일본, 미국, 유럽 등지로 상품을 실어내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같은 현상이 상당 부분 정부나 관련 사업자단체의 직무유기에서 비롯됐다는 것이 현지관계자들의 주장이다.
북경의 한 기업인은 『정부나 관련단체에서 제공하는 정보나 자료는 경제운용의 큰 틀과 관련되는 것이 대부분이어서 도움이 안된다』면서 『특정 업종과 관련된 구체적 정보와 이에 바탕한 해석·전망을 제시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현재 북경주재 한국대사관은 주요 정치·경제관련 언론보도를 요약해 대한상공회의소 북경사무소에 제공하고 상의측에서 회원사에 이를 팩스로 서비스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 기업이 많이 진출해 있는 동북3성 지역 기업인들에게 이같은 서비스는 사치에 속한다. 중국한국상회의 구성원인 북경, 심양, 연길, 장춘 등 21개 지역 한국투자기업협의회 1천4백개 업체중 상의에 회비를 내는 정회원사가 많지않기 때문이다. 그만큼 응집력, 조직력이 떨어진다는 얘기다.
장춘소재 한 기업인은 『아시아나항공 취항으로 「구문」이나마 한국 신문을 접할 수 있게돼 다행』이라고 말했다. 이 응어리진 한마디는 현재까지 중국에 형성된 「코리아 네크워크」의 그물이 얼마나 엉성한 수준인지를 충분히 대변하고 있다.
중국시장 공략의 한 축이자 「조선족 발전의 뿌리」인 조선족 기업에 대한 정보량도 빈약하긴 마찬가지다.
잘 나가는 조선족 기업중 상당수가 자본·기술·경영 노하우·원자재 제공자이며 상품 수입자인 한국기업과 긴밀한 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 정부나 관련단체는 조선족기업가협회에 대해 회원사 현황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중국의 유력 그룹에 대한 정보량과 질도 별반 다를 것이 없다. 합자나 합작을 모색하는 일부 대기업 관계자들이 개별적으로 관리할 뿐이다.
현실이 이렇다 보니 화인들을 따라잡기엔 역부족일 수밖에 없다. 그들은 혈연·지연·업연등 온갖 연줄을 동원해 다양한 네트워크를 구성, 동남아 경제를 장악하고 대규모 대중투자를 단행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인이라는 사실이 저주스러울 때가 많다고 한탄하는 기업인들도 적지 않다. 정부나 관련단체로부터 투자희망지역에 대한 시시콜콜한 정보까지 풀서비스받는 일본, 대만기업과 경쟁하다 보면 힘에 부칠때가 한두번이 아니라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정보인프라의 부실이 국내와 중국진출 투자기업의 사업기회나 경쟁동기를 가로막는 부작용을 초래한다』며 『국제적인 정보사업망과 강한 내부결속력을 지닌 네트워크를 구축, 이같은 문제점을 해결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들은 국내외 시장동향 등을 신속하고 저렴한 비용으로 접할 수 있는 네트워크 구축이 정보화시대, 전지구적 경쟁시대에 필수불가결한 무기이며 지구촌 곳곳의 한인기업간 교류·협력을 강화시키는 광장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가 해외한인무역협회와 함께 지난해말 출범대회를 가진 「코리안 네트워크」는 작지만 큰 출발점이 될 것이다. 미·일 상공인을 주축으로 결성돼 매년 세계한인상공인대회를 주최하고 있는 세계한인상공인총연합회(이사장 김덕룡 신한국당의원)도 이같은 작업을 진행중이다.
정부도 곧 출범할 재외동포재단을 중심으로 우수 재외동포 인력과 유망 재외동포 기업에 대한 데이터 베이스를 구축하는등 코리아 네트워크의 취약점인 정보축의 부재를 극복할 대안 마련에 나서야 함은 물론이다.<북경=임웅재 기자>
◎중국진출 중견기업
국내 기업치고 중국에 투자하지 않은 기업을 찾아보기 힘든 상황이지만 결과가 반드시 성공적인 것은 아니다. 중견기업중 대표적인 성공 케이스로 평가되는 가파치, 경동보일러, 태일정밀과 초창기의 어려움을 이겨내고 3년여만에 흑자기업을 일궈낸 갑을방직의 사례와 현황을 살펴본다.
◎가파치<북경>/핸드백 등 생산 4개법인 운영
북경기호피혁제품(여성지갑·핸드백), 북경가파치피혁제품(남성지갑·벨트), 북경가파치오금제품(바클·기타 장식류), 북경기호제혁(피혁가공 가죽원단) 등 4개 별도법인을 생산품목별로 특화시켜 운영하고 있다. 중국측 합자파트너의 지분도 3∼35%로 각각 다르다.
지난 94년 6월 시가동에 들어가 올해 2천7백만달러의 매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대부분 내수보다 수출이 주력이며 4개 공장의 종업원은 7백명선.
중국내 지명도와 상거래관행 때문에 수출에 주력해 왔지만 내수판매를 강화하기 위해 한 공장당 10여명의 중국인 영업사원을 고용, 우리 돈으로 10만원이 넘는 핸드백등을 백화점에 납품중이다. 전계수총대표는 『회계·영업에 이어 경영부문도 현지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갑을 연길방직<연길>/연길공장 가동 3년만에 흑자
갑을그룹이 70%의 지분을 갖고 있는 합자기업. 갑을은 중국내에 4개 공장을 운영, 동종업체중 가장 큰 규모의 대중투자를 하고 있다.
주력인 연길공장은 경쟁력을 상실한 면사·면직물 위주의 생산품목을 아크릴사·직물 등 화섬으로 교체하고 1천7백여명 규모의 제직부문 종업원을 4백여명 감축, 가동 3년여만에 흑자기조로 돌아섰다. 올해 매출목표는 2백50만달러 규모.
소모방에서만 가능하던 아크릴·울 혼방제품 생산을 비롯, 다품종 소량생산·관리를 가능케 함으로써 구매선의 다변화·안정화에 성공했다. 3만추 규모의 방적설비를 4만추로 확대, 10월부터 가동에 들어가며 직물은 면혼방 비중을 줄이고 파라솔·가방용 아크릴 등 신제품 생산을 확대할 계획.
◎경동곤로<북경·연길>/올 연말 연산 30만대 공장 완공
경동보일러가 지난 93년 연길에 진출, 첫해부터 흑자를 냈으며 95년부터 북경에 조립공장을 가동. 올 연말께 최신설비를 갖춘 연산 30만대 규모의 새 공장을 완공한다.
기름보일러가 곧 수입규제품목으로 묶일 예정이고 중국당국이 환경오염을 줄이기 위해 석탄대신 기름·가스보일러를 사용토록 하고 있어 사업전망이 무척 밝다. 연간 매출은 2백10만달러 규모. 한국 본사에 연간 50여명의 기술연수생을 보내고 중국에 1백50개 대리점을 확보하고 있다.
◎쌍태전자(하얼빈)/컴퓨터 부품 미·일 등에 수출
경동곤로(연길) 주병호 부총경리는 『중국인에 낯선 애프터서비스와 품질을 무기로 시장공략에 성공했다』면서 『제품 지명도가 높아 1백% 현금거래를 하고 있다』며 자신감을 피력했다.
태일정밀이 지난 91년 단독투자로 태일정밀유한공사를 설립했다가 93년 중국, 이스라엘 기업과 합자해 쌍태전자유한공사로 변신했다.
95년 중국 국가계획위원회로부터 중점항목으로 승인받아 중앙정부는 물론 성·시 정부로부터도 적극적인 지원을 받고 있다.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 등 컴퓨터 주요부품과 컴퓨터, 전화기등을 생산해 전량 미·일·한국 등에 수출하고 있다.
올해 매출목표는 2억5천만달러. 문용대 부총경리는 『지금까지 투자액은 2억달러로 전자부문 한국기업중 최대규모』라면서 『지속적인 증설로 7천명가량인 직원 수가 조만간 2만명을 웃도는 거대공장으로 부상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병원 홍콩MTL 사장/작년 매출 60%성장 올해 1,200만불 목표
섬유·의류관련 무역업을 하는 교포들이 유난히 많은 홍콩에서 박병원 홍콩MTL(Merchandise Testing Laboratories)사장은 독특한 사업을 하는 사람에 속한다.
미국에 본사를 둔 MTL(회장 박병준)은 미국의 K마트 등 30여개 대형 유통체인과 백화점에 납품되는 직물·의류·완구·전기제품 등의 샘플에 대해 안전성과 품질을 검사해주는 전문회사다. MTL과 거래를 맺은 유통업체는 프라이스 클럽, GAP, 타겟 스토어, 워너브러더스, 디즈니등을 망라한다.
직물샘플의 경우 옷감 성분 표시가 맞고 염색이 잘 됐는지, 세탁후 수축되거나 찢어지는지, 강한 자외선을 쪼였을 때 변색되는지 여부등을 테스트한다.
장난감의 경우 인체에 해로운 물질이 함유됐는지, 쉽게 부서져 아이가 다칠 우려가 있는지 등을 검사한다.
홍콩MTL에서는 샘플의 20∼30%가 1차 시험검사에서 불합격되지만 재검사시 절반 가량은 통과된다. 홍콩MTL이 하루에 작성하는 시험결과보고서는 4백∼5백개. 1회 검사료는 50∼3백달러 수준이다.
박사장은 『MTL은 미국, 홍콩, 대만, 필리핀, 싱가포르, 스리랑카, 중국 상해, 인도네시아 등에 시험검사소를 운영중』이라며 『지난해 60%의 매출신장율을 기록한 홍콩MTL은 올해 매출목표가 1천2백만달러(미화)에 달한다』고 말했다. MTL은 올해 대학 섬유과 졸업생과 석·박사급 23명을 채용했다.
박사장의 둘째 형인 박회장은 서울공대, 미MIT대학을 졸업한 지난 64년 유대인과 함께 품질시험검사회사를 차렸다가 MTL을 세워 독립했다.
박사장도 영국 버밍험대 화공과를 졸업한 지난 71년부터 형을 돕고 있으며 야간 MBA과정을 이수하는등 경영수업에도 열성이다. MTL 대만·홍콩지사는 그가 혼자 일궈낸 거나 다름 없다. MTL은 영국회사와 손잡고 유럽진출을 모색중이며 중동, 인디아에도 시험검사소 설치를 추진중이다.
박사장은 『MTL은 한국의 섬유기술연구소(KOTITI) 등과 제휴, 미국에 수출되는 한국산 섬유제품 등에 대한 검사보고서를 발급해 무역업체가 홍콩, 미국 등지의 검사소에 직접 샘플을 보내야 하는 불편을 덜어주고 있다』고 덧붙였다.<홍콩=임웅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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