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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안정 대책 “행정의지” 뿐(저성장시대)
입력1997-01-20 00:00:00
수정
1997.01.20 00:00:00
이세정 기자
◎환율·통화·대선 등 불안요인 외면/「지수」 목표달성 급급 대증요법 의존지난해 소비자물가상승률은 4.5%. 정부가 연초 계획했던 각종 거시지표중 유일하게 계획치를 달성한 부분이다.
이에 자신감을 얻은 탓인지 정부는 올해도 소비자물가상승률을 4.5%내외로 안정시킨다는 목표를 세웠다. 또 매년 그래왔 듯 경제정책 기본방향의 첫머리에 물가안정 지속을 내세워 물가안정의지를 강조하고 있다.
김종창 재정경제원 국민생활국장은 『올해 성장률 목표를 크게 낮춘 것은 물가안정의지가 반영된 때문』이라며 『경기부진으로 인한 수요 감퇴때문에 올해 소비자물가를 4.5%이내로 무난하게 잡을 수있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올해 성장률이 둔화되면서 총수요가 크게 줄어들 것이라는 점에 기대하는 분위기다. 김국장은 또 원화환율 상승이 다소 부담을 주고 있지만 국제 유가 및 원자재 가격이 평균적으로 지난해보다 낮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물가관리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막상 물가안정대책을 들여다보면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두더지 잡기」식의 임기응변외에는 별 내용이 없는 실정이다. 대형 가격할인점의 적극 육성을 통해 가격파괴를 확산시켜 공산품 가격이 하향 안정될 수 있도록 하고 공공요금 인상을 최소화한다는게 고작이다.
올해 물가여건은 지난해보다 훨씬 나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지난해 기름값이 크게 오른데 이어 올해도 전기와 가스요금, 경유가격 인상 등이 대기하고 있다. 특히 경유가격 인상은 버스요금 인상, 물류비용 상승으로 이어져 서민생활과 기업 경영여건에 주름살을 안겨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게다가 지난해부터 큰 폭으로 상승하고 있는 원화환율도 수출에는 도움을 주지만 물가에는 적지않은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농산물 가격도 지난 2년간 안정된 모습이었지만 올해는 해거리현상에 따라 안심할 수없는 상황이다.
또 정부가 공공요금 인상은 최대한 억제한다고 하더라도 개인서비스부문은 전가의 보도인 세무조사외에 뚜렷한 대책이 없는 실정이다. 특히 올해부터 물가지수 체제가 개편돼 외식비등 개인서비스요금의 물가비중이 높아진 점도 지수물가에 연연하는 정부에 부담을 안겨주고 있다.
여기에 올 연말로 예정된 대통령선거가 물가불안심리를 어떤 형태로든 자극할 것이라고 대부분 경제주체들이 예상하고 있기 때문에 올해의 경우 조금만 불씨가 지펴져도 물가불안심리가 확 퍼질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올해 통화정책방향도 겉으로는 긴축의지를 강조하고 있지만 「신축운용」이라는 여지를 남겨놓아 실제 운용은 물가안정과 역행하는 쪽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올해 성장률이 크게 둔화되는데도 총통화(M2)증가율을 지난해와 비슷한 14∼19%대로 잡아 물가불안심리를 제압하지 못하고 있다.
이처럼 산적한 물가상승 요인에도 불구, 정부는 경기부진에 따른 수요 감퇴때문에 물가안정에 큰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고 낙관하면서 물가대책으로는 구태의연한 「행정의지」만을 내세우고 있는 것이다.
또 경상수지 적자 대책으로 에너지 가격인상, 환율상승 등을 제시하면서 다시 물가대책에서는 공공요금 최소화를 외치는 모순을 되풀이하고 있는 실정이다.
물가도 안정시키면서 경상수지도 축소하겠다는 어정쩡한 정책목표를 설정하다보니 물가안정구조를 정착시키기 위한 노력에는 소홀한 채 두더지 잡기식 대증요법에만 의존, 물가지수 목표 달성에만 급급하는 구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이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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