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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도 보험시대] 미국·스페인 재해보험 체계적 관리… 생산·매출따라 맞춤형 서비스 제공

한국은 보험 판매 농협뿐 특화기관 없어 관리 미흡


선진국의 농작물 재해보험이 발달한 이유는 작물 재배 규모가 큰 탓도 있지만 정부의 제도적 뒷받침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미국의 경우 농작물 재해보험 전담기구인 RMA(Risk Management Agency) 설립 이후 재해보험이 체계적으로 관리되기 시작했다.

RMA는 미국 농무성 산하 기구로 농작물 보험상품 개발, 보험요율 산출, 통계의 생성·관리, 재보험 제공, 민간 보험사 관리·감독 등의 업무를 수행한다. 미국 보험회사들이 농작물 보험상품을 판매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RMA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미국이 농작물 재해보험 관리·감독에 특화된 RMA를 설립한 것은 농업 분야 사고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자연재해가 일반 보험상품의 위험과는 전혀 다른 특성을 보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보험상품 설계의 핵심인 보험요율 등을 정확하게 산출할 수 있는 전문기구의 필요성이 대두된 것이다. 농작물 재해보험에 정부의 국고보조금이 투입되는 점도 RMA 설립 근거가 됐다. 일반 보험상품과 달리 막대한 재정이 투입되는 만큼 보다 세수 손실을 막기 위한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했다는 얘기다. 미국 보험사들이 작물별로 다양한 보험상품을 낼 수 있었던 것도 RMA의 관리·감독이 전제됐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미국은 19개 보험사가 농작물 보험상품을 판매하고 있으며 농민들은 농작물 생산량, 매출액 등에 따라 10여가지의 보험상품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다. 이른바 '맞춤형 보험 상품 제공'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스페인의 경우 경제재정부 산하에 보험상품과 보험료를 관리·감독하는 DGS(Direccion Nacional de Seguro)를 두고 있다. 이곳에서 산출하는 보험료 등을 바탕으로 농림부와 함께 정부의 보험료 지원 비율 등을 정한다. 농작물 재해보험의 경우 이상기후로 인한 피해가 한꺼번에 대규모로 발생해 보험회사에 막대한 손실을 끼친다는 점을 감안해 재보험을 전담하는 국영회사도 별도로 설립했다. 농업국가인 캐나다는 정부 주도형이다. 연방정부가 재정을 지원하고 주 정부가 보험사의 역할을 하고 있다. 재보험은 연방정부가 담당한다.



이들 선진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금융감독원이 농작물재해보험의 관리·감독을 전담하고 있다. 각종 통계와 보험료율 산정 등 주요 업무는 보험개발원이 전담한다.

농업 선진국과 달리 농작물에 특화된 보험감독기구가 없다 보니 보험의 핵심인 통계 관리가 허술하고 보험 상품 개발도 지지부진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아무래도 민간 보험사들이 마케팅에 주력하는 질병보험·자동차보험 등에 치중하다 보니 농작물 재해보험 활성화는 후순위로 밀릴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우리나라 농작물 재해보험 판매사가 사실상 농림축산식품부의 관리 감독하에 있는 농협손해보험 1곳에 불과하고 작물별 상품도 단일한 것은 이런 후진적인 보험 관리 때문이다. 위험 관리가 안 되니 민간 보험사들은 참여 자체를 꺼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보험가입 대상 농작물과 보장범위를 확대하고 농민들에게 맞춤형 보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농작물 보험전담기구 설립이 필수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홍수·가뭄뿐 아니라 눈·들짐승 등에 의한 피해 등으로 보장범위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사고 위험률 산출 등 통계 관리가 선행돼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일반 보험의 관리·감독에 치우친 현행 보험감독기구 외에 농작물에 특화된 보험관리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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