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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낮 만난 김종열 하나금융지주 사장의 얼굴은 무척 밝았다. 김정태 하나은행장, 윤용로 하나금융 부회장 등과 함께한 김 사장은 “외환은행 인수가 잘 마무리될 수 있도록 도와달라”며 웃음을 잃지 않았다. 하지만 김 사장은 이때 이미 거취에 대해 심각한 고민을 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나금융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지난해 말부터 자리를 많이 생각해온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김 사장은 하나금융을 오늘의 4대 금융지주로 키워낸 장본인이다. 1978년 한국투자금융에 입사한 후 충청ㆍ보람ㆍ서울은행에 이어 외환은행 인수 작업까지 진두지휘했다. 2005년 하나은행장을 거쳐 2008년부터 하나금융의 사장직을 수행해왔다. 이런 김 사장이 외환은행 인수를 목전에 둔 상황에서 그만둔 이유는 무엇일까.
◇내부 갈등설부터 당국에 승부수 관측까지…=김 사장은 공식적으로는 “대의를 위해 물러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외환은행의 원활한 인수를 위해서는 외환 직원들을 달래야 하는데 그들이 싫어하는 자신이 ‘희생양’이 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힘들다. 지금의 문제는 하나금융으로의 피인수 자체에 대한 거부감이지 특정 인물에 대한 호불호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뭔가 말 못할 사정이 있을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우선 나오는 것은 내부 갈등설이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본인이 대의를 위해 사퇴를 선택했다고 하지만 외환은행 인수 과정에서 상층부 간 갈등이 있었던 것이 아닌가 한다”고 전했다. 실제 지난해 업계에서는 김 사장이 김승유 회장과 갈등관계라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론스타와의 협상 과정에서 틀어졌다는 얘기였다. 물론 김 사장은 강력히 부인했다. 그는 “불화설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김 사장은 “35년간 모셔온 분에게 좋고 나쁜 것이 어디 있느냐. 김정태 행장과 사이가 안 좋다는 소문도 있는데 다 주변에서 만들어낸 얘기”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를 곧이곧대로 믿기 힘든 것도 사실이다. 김 사장이 3월 임기가 만료되는 김 회장의 후계자로 유력했기 때문이다. 또 하나의 해석은 당국에 승부수를 던졌다는 것이다. 김 사장이 당국에 외환은행 인수 승인과 관련해 조속한 승인을 내려주도록 우회적으로 메시지를 던진 것이라는 얘기다. 용퇴를 통해 조기 승인과 외환과의 원활한 합병을 돕고 추후 김 회장이 물러나면 복귀하는 그림이다.
일각에서는 최근 문제가 된 ‘트위터 논란’을 이유로 들기도 한다. 최근 인터넷상에서는 하나금융이 트위터 아르바이트생을 동원해 외환은행 인수를 위한 여론몰이에 나섰다는 의혹이 일었다. 김 회장이 이에 격분해 대사가 틀어지는 것을 사전에 막는 차원에서 김 사장의 거취를 결정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트위터 논란이 그룹 내 2인자의 거취를 정할 만큼 결정적 원인이었다고 보기에는 무리라는 해석이 많다.
◇후계 구도 소용돌이로=김 사장이 물러남에 따라 하나금융의 후계 구도는 소용돌이에 빠지게 됐다. 현 경영진 중 2인자에 가장 가까운 사람은 김정태 하나은행장이다. 일부에서는 김 행장이 하나금융 사장으로 갈 것으로 예상하지만 전형적인 ‘영업통’인 까닭에 쉽지 않다.
윤 부회장을 점치는 쪽도 있지만 이미 외환은행장으로 내정된 상태여서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낮다. 이 때문에 외부 인사 영업 가능성을 거론하는 사람도 있다.
김 사장의 사퇴 결정에 따른 연쇄 인사로 은행장까지 바뀔 경우 상층부 전체의 물갈이가 불가피하다. 회장부터 사장ㆍ은행장까지 모조리 바뀌는 것이다. 현재 부행장 중에서는 김병호 부행장, 이현주 부행장 등이 후계 라인에 서 있다. 김인환 중국 법인장도 후계 구도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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