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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포커스/해외재테크] 日 재테크란 말이 죽어가고 있다

蔡明錫 재일 금융전문가「재테크」란 거품경제가 극성을 부리던 시절 일본인들이 지어낸 신조어(新造語)로 미국에서도 일본발음 그대로「ZAITEC」로 소개됐다. 재테크란 신조어가 각광을 받고 있던 시절 일본의 유명한 경제 평론가 H씨는 일본 전국을 돌아다니며『재테크를 할줄 모르는 경영자는 화석인간이나 다름없다』며 지방의 중소기업 경영자들에게도 재테크 붐을 이식시켰다. 반면 혼다 자동차의 창업자 고(故) 혼다 소이치로(本田宗一郞)는 기술자 출신답게『기술개발보다 재테크를 중시하는 기업은 언젠가는 경쟁에서 도태될 것』이라며 당시의 재테크 붐을 크게 염려했었다. 거품경제의 거품이 걷어진 지금 그 결과는 자명하다. 재테크를 모르는 「화석인간」들이 이끌었던 기업과 재테크보다는 기술개발에 치중했던「혼다 자동차」와 같은 기업들이 헤이세이(平成)불황이 장기화되고 있음에도 승승장구를 거듭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관계로 일본에서는 지금 「재테크」란 용어가 사어(死語)에 가깝다는 느낌마져 준다. 우선 재테크의 주역들이었던 대부분의 기업들이 채무·설비·인원이라는 「과잉 3형제」로 큰 고통을 받고 있기 때문에 재테크에 열중할 여력이 전혀 없는 게 실상이다. 개인도 마찬가지이다. 구조조정의 여파로 남자 실업율이 5%대를 돌파하고, 보너스가 대폭 삭감당해 매달 주택 융자금을 불입하기도 어려운 마당에『재테크가 무슨 소리냐』는 것이 대다수 일본인들의 지금 심정이다. 전통적인 재산 3분법도 큰 의미가 없어 졌다. 거품경제시절「토지신화」를 부르며 천정부지로 치솟았던 부동산가격은 절반 이하로 떨어진 상태이다. 주식시세는 바닥에서 약 3할 가량 상승했다지만 아직도 최고치에 비하면 절반 이하 수준이다. 은행이나 우체국에 예금을 해도 매력은 거의 없다. 일본은행의 제로금리정책에 따라 은행에 돈을 맡기면 보통예금의 경우 연 0.05%, 정기예금의 경우 연 0.1%의 이자가 붙는데 불과하다. 100만엔을 보통예금으로 은행에 맡길 경우 세금을 제하면 1년뒤에 100엔짜리 동전 4개를 건네 받게 되는 셈이다. 한때 우대금리로 각광을 받았던 우편저금도 제로 금리정책에 따라 이자율이 대폭 낮춰 졌다. 은행이 안전하다는 것도 이제는 옛 얘기이다. 일본장기신용은행, 일본채권신용은행을 비롯, 경쟁력없는 은행들이 무더기로 도산하는 시대이다. 예금의 원금이 보장되는 것도 2001년 3월까지이다. 그 뒤부터는 은행이 도산해도 원금이 보장되는 한도는 1인당 1,000만엔에 불과하다. 하지만 소비보다 저축을 미덕으로 여기는 일본인들이 지금까지 모아둔 개인 금융자산만도 1,200조엔에 이른다. 이 천문학적인 액수의 돈이 지금 어디서 잠자고 있으며, 어디로 흘러가고 있을까.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의 통계에 따르면 일본인들은 제로 금리시대, 은행 도산시대를 맞아서도 여전히 은행이나 우체국을 선호하고 있다. 개인 금융자산의 절반 이상(57%)이 은행이나 우체국에 예·저금 형태로 유입돼 있다. 나머지 25%는 보험시장에, 12%는 증권시장(주식 채권 투자신탁)으로 흘러 들어가 있다. 주식 채권 투자신탁에 대한 비율이 절반(44%)에 가깝고, 예·저금 형태가 15%에 불과한 미국에 비하면 일본인들의 은행 선호도는 대단하다고 할 수 있다. 일본의 한 경제 평론가가『일본인들은 금리가 낮아도, 은행이 도산해도 오로지 은행밖에 모른다』고 비꼬고 있을 정도다. 개인금융자산 구성비율을 놓고 보더라도「재테크」란 말의 생성지인 일본에서 리스크(위험)를 수반하는「재테크」는 정작 푸대접을 받고 있는 셈이다. 이같은 현상은 실생활에서도 모험, 즉 리스크를 싫어하며 「절약이 최선의 생활방어」라고 여기는 일본인들의 국민성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을 지도 모른다. 최근 일본에서는 지방에 살고 있는 한 평범한 주부가 집필한 「절약생활의 권장」이란 책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이 책은 공무원인 남편이 교통사고를 당해 수입이 60%나 줄어든 것을 계기로 건강, 환경, 검약을 신조로 철저한 절약생활에 들어간 것을 기록한 것이다. 이 책이 지금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는 것은 절약은 어둡고 괴로운 것이 아니라 밝고 즐겁다는 이미지를 독자들에게 전달해 주고 있기 때문이다. 6월에 접어들면서 일본의 주식시장도 활황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아직 장바구니 부대가 증권회사 객장을 점령했다는 뉴스는 없다. 장바구니 부대를 포함, 일반 고객들이 재테크 붐에 휘말려 입었던 후유증이 너무 컸고, 그것이 완치될려면 앞으로도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들의 대부분은 지금「절약이 최선의 재테크」란 말을 하루에도 몇차례씩 되씹고 있다. 필자 약력 49년생 전남대 상대 고려대 경영대학원 일본 게이오(慶應)대 박사과정 수료(국제경제) 시사저널 편집위원(東京 주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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