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밍완은 15세의 최철한이 첫날의 대국에서 위핑6단의 대마를 잡으면서 대승하는 것을 보고 대단한 투지가 솟았던 듯하다. 힘이라면 자기도 한가락 하는 기사인데 여리여리하게 생긴 최철한이 대마사냥에 성공하는 것을 보고 정면충돌을 해보고 싶은 충동을 느꼈던 모양이다. 그러한 그의 심리가 흑45라는 과격한 공격에 나타난다. 사실 그 수는 그리 좋은 수가 아니었으며 백이 가로 누르기만 해도 쉽게 수습이 되는 형태였다. 그런데 15세의 최철한은 왕밍완의 그 몰상식한 공격에 심리적으로 상당히 큰 압박을 느꼈던 것으로 보인다. 재빨리 46으로 변신하여 타협하고 말았는데 백 3점이 잡혀서는 흑이 편한 모습이다. 우격다짐에 가까운 공격이 성공을 거두자 왕밍완은 갑자기 부자가 된 것 같은 포만감에 사로잡혔다. 자기가 부자라고 생각하면 몸조심부터 생각하게 되는 법. 흑69로 얌전하게 지켰는데 이 수가 완착이었다. 흑69로는 무조건 대세점인 참고도의 흑1을 선점했어야 했다. 백이 2로 밀고들어가 6으로 사건을 만들려고 해도 흑7로 응수하여 아무 사고도 나지 않는 곳이었다. 백70이 날카로운 발톱처럼 흑진의 울타리를 긁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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