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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시장 단계통합 국제경쟁력확보
입력2001-05-11 00:00:00
수정
2001.05.11 00:00:00
[증권산업 지각변동(상)] 투자은행화 유도
'대형화를 통한 투자은행화와 전문화.'
이근영 금감위원장이 11일 자본시장발전방향 워크숍 기조연설에서 밝힌 '우리 자본시장의 발전방향'의 기본 맥락이다.
이 위원장의 연설내용에는 정부의 증권시장 재편에 대한 청사진이 담겨있다. 이날 연설 내용은 크게 ▦증권사의 대형화를 통한 투자은행화 및 전문화 ▦자본시장의 단계적 통합 ▦상품의 경쟁력 강화 등 세가지로 압축된다.
특히 외환위기 후 은행 구조조정에 매달려온 정부가 이제는 직접금융시장인 증권시장 재편과정을 강력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이날 워크숍은 정부가 이 같은 의지를 공식적으로 천명한 자리라는 점에서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증권산업 개편의 막이 오른 셈이다.
◇증권산업 개편 배경=정부가 증권산업 개편방향을 공식화한 것은 증권산업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위기 인식에 따른 것이다.
수수료 인하 경쟁과 외국사의 진입, 전산투자 비용 증가로 수익성이 악화일로를 걷는 현상황이 산업구조 개편의 적시라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증권산업을 미국의 투자은행에 버금가는 기업금융전문회사로 육성하는 동시에 시장의 군살과 거품을 정부 돈 들이지 않고 시장의 힘으로 제거하겠다는 뜻도 담겨 있다.
◇대형화ㆍ투자은행화 유도가 골격=워크숍에 참석한 증권ㆍ투신사 사장단이 가장 주목한 대목은 대형화와 전문화다.
특히 '선도회사(Leading Company)'의 필요성을 강조한 이 위원장의 발언 배경에 신경을 곤두세웠다. 증권사들은 증권산업 개편에 대한 정부의지가 매우 강하다는 점을 알고 있지만 그 방법이 문제라는 시각이다.
금감위의 한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정부는 현재 단계로서는 방향만 제시하고 있다"며 "은행권과 달리 증권산업은 주인이 있다는 점에서 정부 주도의 개편보다는 시장원리에 의한 개편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나서서 헤쳐모여를 주도하기보다는 방향을 정해주고 제도를 마련해주겠다는 뜻이다.
이 위원장도 증권사의 투자은행으로의 변신을 돕기 위해 증권사의 기업금융관련 업무를 제한하고 있는 관계법규의 개정을 추진해나가겠다고 강조했다.
대형사들의 관심은 누가 과연 '선도회사'로 부상할 수 있느냐다. 이 위원장은 선도회사를 '내부적으로 끊임없는 창의와 혁신이 가능한 조직문화를 갖춘 회사'라고 정의했다.
대형사 중에서 전산ㆍ인력 인프라를 갖춘 회사들을 염두에 둔 것 같다는 게 증권사의 해석이다. 대형사 중 외국사와 합작ㆍ제휴하는 회사가 선도회사로 자리매김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중소형사 전문화냐 도태냐 갈림길=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은 중소형 증권사. 전문화하지 못하는 회사의 도태가 예고되고 있기 때문이다.
금감위의 한 관계자는 "외국사 진입 등 글로벌화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정부가 교통정리에 나서지 않더라도 특정분야에 전문화하지 못하는 증권사는 결국 도태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기대효과와 문제점=외국계의 국내시장 잠식이 확산되는 처지에서 전반적인 구조개편이 진행된다는 점은 일단 평가할 만하다.
증권사 구조개편이 성공적으로 이뤄지면 국내증권사가 외국의 투자은행처럼 새로운 금융기법이나 상품을 개발해낼 수 있어 변화하는 시장환경에 능동적인 대처가 가능해진다.
문제는 시기와 방법에 달려 있다. 통합도 현실적으로 어려운 문제가 한둘이 아니다. 당장 매물로 나온 증권사가 적지 않지만 사려는 곳은 없는 상황이다.
일정한 룰에 의한 가지치기보다는 지원 후 선택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은행 구조조정 과정에서 시행착오를 겪었던 것처럼 정부의 밀어붙이기식 구조개편이 나오지 말라는 보장도 없는 형편이다.
구조개편 논의에 앞서 부실자산 정상화나 채권시장 회생 방안에 주력해야 할 때라는 지적도 있다.
정승량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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