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소기업진흥공단 재창업자금을 통해 재기에 나선 A씨는 특허청에서 주최한 한 아이디어 공모전에서 우수한 기술력을 인정받아 비용 일체를 지원 받고 특허 등록에 성공했다. 다음해 상반기 같은 대회에서도 우수 기술력 보유자로 뽑혀 추가 특허 등록도 마쳤다.
남은 것은 이를 바탕으로 기술보증기금에서 기술담보대출을 받는 절차였다. 하지만 십여년 전 개인사업자로 활동할 당시 신용보증기금에서 미처 다 갚지 못한 부채가 발목을 잡았다. 기보에서 과거 신보 보증 전력을 문제 삼아 대출을 거부했던 것.
설사 빚을 다 갚더라도 1년이 지나야 대출이 가능하다는 말만 들어야 했다. A씨는 "중진공 재창업자금을 받으면서 도덕성과 사업성을 이미 검증 받았고 무엇보다 기술을 담보로 대출을 원하는 것인데 과거 신용대출 경력을 문제 삼는 게 이해할 수 없다"고 답답해 했다.
금융권의 보신주의로 돈이 중소기업으로 흐르지 않는 데 대한 비판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기보가 과거의 낡은 관행을 고집하며 재기에 나선 재창업기업에 대한 보증을 외면, 중소업계의 원성을 사고 있다.
5일 중소업계와 기보 등에 따르면 기보는 면책 후 5년 이내 채무기록은 삭제하도록 규정한 신용정보법을 무시하고 신보와 보증채무 기록을 장기간 공유하며 보증심사에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같은 관행은 지난 6월30일 발표된 감사원 보고서에서도 지적된 바 있다.
중소업계는 중진공 등으로부터 검증 받은 재창업 기업인까지 기보가 대출 보증을 일절 금지하는 것은 지나치게 경직된 태도라며 시정이 시급하다는 입장이다. 재기기업인들의 경우 자금을 수혈할 수 있는 곳은 공공 금융기관뿐인데 기보가 중진공의 정책자금 집행을 막아 산업자금의 '보틀넥(병목)'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중진공 재창업 지원 사업 대상이 제품 개발 후 본격적으로 자금이 필요한 기술 기반 제조업체들이라는 점에서 기보가 본연의 업무인 기술금융을 게을리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기술력을 훨씬 엄밀하게 평가할 수 있는 인프라와 전문인력을 갖춘 기보가 옥석을 가려 신용공급을 해줘야 함에도 오래된 규정을 이유로 이를 외면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미 기술력 등을 검증 받은 기업까지 과거 신용불량을 문제 삼아 거부하는 태도는 지나친 보신주의라는 것이다.
배영임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기술보증기금은 재기기업이라고 차별을 두지 않고 일반 창업기업과 비슷한 조건으로 대출해줄 수 있어야 한다"며 "특히 기술보증기금은 이미 산업별로 차별화된 기업평가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는 만큼 전문성, 과거 실패경험을 재기기업인이 자양분으로 삼았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대출심사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배 위원은 또 "궁극적으로 담당 직원들이 부실률 지표에 지나치게 얽매이지 않도록 관련 규제나 법을 풀어줄 필요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기보 관계자는 "대출심사 때 기보에 채무를 갚지 않은 기록이 있으면 과거 패자부활전 제도 때부터 대출을 해주지 않았다"며 "이에 대해 현재 기보 차원에서 개선대책을 마련한 것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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