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법조계와 재계에 따르면 홍 관장과 이 부회장을 비롯해 이명희 신세계 회장, 이인희 한솔그룹 고문 등이 지난 19일 서울고법 형사10부(권기훈 부장판사)에 탄원서를 제출했다. 탄원서 제출자 명단에는 이건희 회장의 둘째형인 고(故) 이창희씨 부인인 이영자씨와 차녀 숙희씨, 3녀 순희씨 등도 포함됐다.
탄원서에는 이재현 회장의 건강상태가 좋지 않고 지금 상태로는 수감생활을 견뎌낼 수 없으니 선처해달라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또 회장 부재로 CJ그룹이 중요한 의사결정을 하지 못하고 투자 타이밍을 놓쳐 경영에 심각한 차질이 빚어지고 있는 상황을 고려해달라는 내용도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이재현 회장은 1,600억원 규모의 횡령·배임과 조세포탈 범죄를 저지른 혐의로 지난해 7월 구속 기소됐다. 1심에서 징역 4년의 실형이 선고된 그는 다음달 4일 항소심 선고를 앞두고 있다. 검찰은 14일 열린 항소심 결심공판에서 이 회장에게 징역 5년과 벌금 1,100억원을 구형한 바 있다.
범삼성가가 재판부에 선처를 호소하는 탄원서를 제출한 것은 이재현 회장의 건강이 크게 악화돼 안정적 상태에서 치료를 받을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 회장은 1심 재판이 진행되던 지난해 8월 구속집행정지 상태에서 신장이식 수술을 받았다. 이후 바이러스 감염 등을 이유로 두 차례 기한이 연장돼 서울대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던 이 회장은 4월 2심 재판부가 구속집행정지 연장 재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구치소에 재수감됐다. 하지만 병세가 호전되지 않자 두달 뒤인 6월 다시 구속집행정지 결정을 받은 데 이어 23일 오는 11월21일까지 연장된 상태다. 건강악화로 신경안정제를 맞으며 항소심 결심공판에 출석한 이 회장은 "살고 싶다"며 재판부의 선처를 호소하기도 했다.
이 회장의 항소심 선고를 앞두고 이건희 회장 일가가 재판부에 선처를 호소하고 나서면서 삼성 측과 CJ가 그동안 유산상속을 둘러싼 소송 등으로 쌓인 해묵은 감정을 털어낸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삼성과 CJ는 2012년 이재현 회장의 부친인 이맹희 전 제일비료 회장이 동생인 이건희 회장을 상대로 유산상속 소송을 제기한 후 갈등을 빚어왔다. 고 이병철 회장 선영 출입문 사용 문제를 놓고 다툼을 벌이는가 하면 삼성전자의 동남아 시장 물류를 담당하는 CJ대한통운과의 거래축소 등 사업적인 측면에서도 경색되는 등 양측의 사이는 벌어질 대로 벌어졌다.
하지만 이맹희 전 회장이 2월 유산상속 소송의 상고를 포기하면서 양측의 화해 가능성이 점쳐진 데 이어 이번 탄원서 제출로 해빙 무드가 조성되고 있다. 이는 특히 이맹희 회장과 이건희 회장의 건강이 좋지 않은 점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이건희 회장은 5월 급성 심근경색으로 의식을 잃고 쓰러진 뒤 3개월째 입원 치료를 받고 있고 두 차례 암 수술을 한 이맹희 전 회장은 최근 암이 전이돼 일본에서 또다시 수술을 받는 등 투병생활을 하고 있다. 삼성그룹의 한 고위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집안 문제여서 자세한 내용은 알 수 없으나 가족 간의 정리를 생각해 선처를 탄원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이맹희 전 회장이 상고를 포기하고 이어 이건희 회장도 '가족의 화목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며 "이번 탄원서 제출이 양측의 갈등을 해소하고 화합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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