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0년대 들어 자본ㆍ기업의 탈한국화가 급속도로 진행되면서 국내 기업의 해외 직접투자 금액이 드디어 1,000억달러를 돌파했다. 해외로 공장을 옮긴 기업도 3만5,000개를 상회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올해 들어서는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국내 기업의 해외 직접투자 금액이 외국인의 국내 직접투자 금액을 큰 폭으로 웃돌고 있다. 기업의 해외 이전 과정에서 생기는 일자리 감소를 외국인 직접투자가 보완해줘야 하는데 이 같은 구조가 무너지고 있는 셈이다. 글로벌 경영전략이 굳혀진 상황에서 이런 추세가 유지될 경우 일자리 감소→소득 감소→성장동력 추락 등으로 연결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13일 재정경제부ㆍ산업자원부에 따르면 68년 해외 직접투자가 풀린 후 올 9월까지 국내 기업ㆍ개인의 총 누적투자금액(신고기준)이 1,007억달러를 기록했다. 올 3ㆍ4분기를 기점으로 해외 직접투자 1,000억달러 시대가 열린 것이다. 연도별 해외 투자금액을 보면 2002년 63억5,000만달러에서 2003년 59억2,000만달러로 극히 미미했다. 하지만 2004년 들어 80억6,000만달러로 급증했고 2005년에는 91억8,000만달러, 올 1~9월에는 125억4,000만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이에 따라 누계 기준으로 해외 투자금액도 2001년에는 648억5,000만달러에서 2002년 712만3,000만달러, 2003년 775억8,000만달러를 기록했다. 하지만 2004년에는 835억달러로 급증했고 2005년 915억달러, 올 3ㆍ4분기 현재에는 1,007억6,300만달러를 보이고 있다. 더욱 심각한 것은 탈한국화가 진행되고 있지만 이에 따른 충격을 흡수해야 할 해외 기업의 국내 직접투자는 최근 들어 크게 줄고 있다는 점이다. 외국기업의 직접투자(신고금액)는 2002년 90억9,000만달러에서 2004년 127억9,000만달러로 피크에 달한 뒤 2005년 115억6,000만달러로 추락했다. 특히 올 1~9월에는 외국인 직접투자금액이 75억1,000만달러에 그쳐 이 기간 동안 국내 기업의 해외 직접투자(125억4,000만달러)보다 50억달러가량 적었다. 외환위기 이후 국내 기업의 투자금액이 해외 기업의 국내 투자금액을 웃돈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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