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의 정기 인사로 판사들의 로펌행이 줄을 잇고 있다. 특히 이번 인사에서는 일부 ‘실력파’ 법관들이 법복을 벗고 변호사의 길을 일찌감치 택해 눈길을 끌고 있다. 가장 공격적인 영입에 나선 곳은 법무법인 율촌. 박해성 고등부장 판사를 비롯해 박해식, 이상민, 강석훈 부장판사 등 쟁쟁한 판사들이 ‘실력파’ 판사들을 대거 영입했다. 박해성 부장판사(사시 19회ㆍ사진)는 법원내에서도 실력자로 꼽히는 판사인데 이번에 사표를 냈다. 그는 대법원 수석 재판연구관을 지냈으며 서울고등법원에서 민ㆍ형사부를 두루 거쳤다. 이외에도 대법원 재판연구관으로 4년 간 근무했던 행정ㆍ지적재산권 분야 전문가인 박해식(사시 28회) 전 부장판사와 법원행정처 법무ㆍ기획 담당관을 역임한 이상민(사시 28회) 전 부장판사, 대법원 재판연구관으로 4년간 일했고 조세 분야에 정통한 강석훈(사시 29회) 전 부장판사 등도 율촌에 합류했다. 파산법 실력자로 알려진 임치용 전 서울중앙지법 파산부 부장판사(사시 24회ㆍ사진)는 여러 로펌들의 러브콜을 받았으나 법무법인 태평양을 새둥지로 선택했다. 임 전 판사는 “파산, 회사정리, M&A 등 기업 법무 전문 변호사로 활동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앤장도 지방법원 부장판사 2명을 포함해 7명의 전직 판사들을 영입했다. 이태섭 전 남부지법부장판사(사시 26회)와 이제호(사시 30회) 전 전주지법 부장판사가 다음달부터 김앤장 변호사로 활동하게 된다. 법무법인 바른은 20여년 간 법관으로 재직하며 재판연구관ㆍ사법연수원 교수를 거쳤고 법원행정처 인사실장을 2년여 간 맡아 법원행정에도 정통한 석호철(사시 20회ㆍ사진) 전 서울고법 부장판사를 영입했다. 로고스에는 평소 온화한 재판 진행으로 유명했고 최근 `안기부 X파일' 항소심을 맡았던 김용호(사시 21회ㆍ사진) 전 서울고법 부장판사가 합류했고, 세종에는 문용호(사시 24회ㆍ사진) 전 특허법원 부장판사가 들어갔다. 실력파 판사들의 로펌행과 관련 한 대형로펌 소속 변호사는 “‘전관약발’도 점점 사라져 가는데다가 변호사 업계 경쟁도 치열해져서 로펌에서 고위법관이라고 무조건 거액을 들여 영입하는 시대는 지났다”며 “실력을 갖춘 판사들의 변호사 변신은 앞으로도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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