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재료 가격 상승으로 철근 사업 부문이 적자 위기에 직면한 철강업체와 미분양 아파트로 몸살을 앓고 있는 건설업계가 철근 가격을 놓고 벼랑 끝 협상을 벌이고 있어 결과가 주목된다. 철강사들은 철근의 원재료인 철 스크랩(고철) 가격 상승으로 제품가격 상승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인 반면 건설사들은 일방적인 가격 인상이라며 가격 협상을 거부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22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철강업체가 지난 9월 공급분부터 톤당 6만원의 가격 인상안(톤당 77만원)을 제시하자 건설업체의 구매담당자 모임인 '건설자재직협의회'는 가격 동결 방침을 정한 뒤 이를 회원사에 통보했다. 건자회는 회원사들에 "9월과 10월의 철근 가격은 8월과 동일한 71만원으로 한다"며 "만일 철강사가 수용하지 않는다면 결재를 이월해 단가 인상에 적극적으로 대응한다"는 방침을 전했다. 현재 철강사는 건설사에 제품을 우선 공급한 뒤 매월 말에 가격 결제가 이뤄지는 방식으로 철근을 공급하고 있다. 결국 건자회는 가격이 동결되지 않는다면 결제를 미루면서 철강사를 압박하겠다는 전략이다. 그러나 철강업체는 철 스크랩 가격 상승으로 원가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철 스크랩은 6월과 7월 톤당 360~380달러 수준에서 수입됐지만 9월 들어 400달러로 오르면서 가격 인상이 필요한 상황이다. 더욱이 건설 경기 악화로 수요마저 감소한데다 고정비용은 늘어나고 철근 가격 역시 6월 톤당 76만원에서 7월 72만원, 8월 71만원으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결국 마진폭(제품가격-철 스크랩 가격)이 감소하고 있는 실정이다. 철강업체의 한 관계자는 "제품가격이 이대로 유지된다면 철근 부분은 적자로 돌아설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실제 동국제강과 한국철강 등은 지난 3ㆍ4분기에 철근 부문에서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추정될 정도다. 이 같은 상황이 지속되면서 현대제철과 동국제강ㆍ한국철강 등의 철근 공장 가동률도 60%대에 그치고 있다. 국내 철강 업계의 연간 철근 생산규모가 1,000만톤 수준이지만 현재의 가동률이 유지된다면 철근 생산량 역시 600만톤 수준에 그치고 철근 업체의 수익성 악화는 불가피해질 것으로 우려된다. 철강업체의 또 다른 한 관계자는 "가격 인상 없이는 철근 사업부문의 적자세가 지속될 수밖에 없어 제품 생산을 전면 중단해야 할 처지"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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