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비엔지증권은 지난달 30일 이사회를 열어 금융투자업 인가를 반납하고 영업폐지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비엔지증권은 15일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이 같은 방안을 확정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 당국은 비엔지증권이 영업폐지를 신청하면 약 한 달간 고객계좌 이전 등 투자자 보호에 필요한 사항을 검토한 뒤 영업폐지 여부를 최종 결정한다. 시장에서는 최근 금융 당국이 과도하게 난립된 증권 업계의 구조조정을 독려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큰 변수가 없는 한 영업폐지 결정을 내릴 것으로 보고 있다.
증권사 자진청산은 지난 2004년 모아증권중개, 2013년 애플투자증권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다. 대기업 계열 증권사로서는 비엔지증권이 처음이다.
두산그룹이 비엔지증권을 청산하는 것은 매각이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두산그룹은 공정거래법상 일반 지주회사의 금융자회사 보유 금지에 따라 2012년 말까지 비엔지증권을 팔아야 했지만 번번이 매각에 실패했다. 이 때문에 두산그룹은 지난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56억여원의 과징금을 부과받기도 했다. 최근엔 한 소형 증권사가 비엔지증권 인수를 추진했지만 금융 당국이 대주주 적격성을 문제 삼아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금융 당국도 비엔지증권에 대해 자진청산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는 얘기다.
비엔지증권은 증권사의 재무건전성을 보여주는 지표인 영업용순자본비율(NCR)이 3월 말 기준 190.4%로 파산 위기에 몰린 한맥투자증권(-895.1%)을 빼면 전체 증권사 중에서 가장 낮다. 지난달 말 현재 금융 당국의 적기시정조치 기준인 150%를 밑도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남룡 삼성증권 연구원은 "두산그룹이 비엔지증권을 자진청산하기로 했지만 중소형사이기에 단기적으로 업계에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면서 "증권 업계의 구조조정은 중장기적으로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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