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의 살림살이는 사상 최대 흑자인데 소비성향은 사상 최저 수준으로 추락했다. 소득이 늘어도 소비자들의 지갑을 좀처럼 열지 못하는 셈이다.
통계청이 17일 발표한 '2ㆍ4분기 가계동향' 자료에 따르면 2인 이상 가구의 월평균 명목소득은 전 분기 대비 6.2% 증가한 394만2,000원을 기록했다. 이는 11분기 연속 증가세다. .
반면 명목 소비지출은 같은 기간 3.6% 증가하는 데 그쳐 2ㆍ4분기 중 가구당 평균 238만6,000원에 그쳤다. .
가계 지출 항목 중 비소비지출은 3.2% 늘어나 72만3,000원을 기록했는데 특히 이자비용이 10.1% 급증해 9만5,000원에 이르렀다. 또 다른 비소비지출 항목 가운데서는 경상조세가 8.8%, 연금 7.7%, 사회보험 6.5%의 증가율을 나타냈다. 흑자액(처분가능소득-소비지출)은 83만3,000원으로 17.5% 증가했다.
가계의 저축여력을 가늠할 수 있는 2ㆍ4분기 흑자율(흑자액/처분가능소득)은 전 분기 대비2.3%포인트 오른 25.9%로 집계됐다. 이에 비해 평균소비성향(소비지출/처분가능소득)은 같은 기간 2.3% 떨어져 74.1%에 그쳤다. 이는 관련 통계를 전국 단위로 발표한 지난 2003년 이후 각각 최고ㆍ최저치다. 평균소비성향의 기존 최저치는 2008년 4ㆍ4분기의 74.6%였다.
적자가구 평균 비율도 역대 최저치(23.5%)를 기록했다.
지출 감소는 주로 기타 상품ㆍ서비스 부문(1.2% 감소)에서 이뤄졌는데 그중에서도 복지시설 부문(41.4% 감소)의 지출이 컸다. 정부가 0~2세 및 5세아에 대해 전면 무상보육을 실시한 데 따른 현상이다. 정규교육부문의 지출도 큰 폭으로 감소(11% 감소)했다.
내구재 중에서는 가전ㆍ가정용기기에 대한 지출 감소(10,2% 감소)가 컸다. 식료품과 비주류음료의 지출은 명목 기준으로는 1.8% 증가했으나 물가를 감안한 실질 기준으론 3.7% 줄었다.
다만 통신(9.3% 증가), 의류ㆍ신발(9.3% 증가), 보건(7.0% 증가), 오락ㆍ문화(6.8% 증가), 음식ㆍ숙박(6.2% 증가), 주류ㆍ담배(5.3% 증가) 등의 지출은 늘었다.
소득 격차 지표인 소득 5분위 배율(균등화 가처분소득 기준)의 경우 5분위가 1분위 소득의 4.76배 수준까지 하락해 역대 최저치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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