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상황을 있는 그대로 보겠다.” 글로벌 금융위기에 따른 실물경제 침체가 본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구본무 LG그룹 회장이 활발한 현장경영을 통해 독특한 경영스타일을 펼쳐보여 눈길을 끌고 있다. LG그룹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10월까지 구 회장이 현장을 찾은 것은 13차례. 예년의 경우 연간 10곳 정도를 찾았던 데 비해 크게 늘어난 것이다. 이 중 4차례는 사전 예고 없이 해당 회사 담당임원 등 최소한의 인원만을 대동한 채 현장을 방문한 경우다. 임직원들이 프레젠테이션이나 의전에 시간을 낭비하지 않도록 ‘배려’하는 한편 있는 그대로의 ‘솔직’한 현장의 모습을 점검하기 위한 것이라는 게 LG 관계자의 설명이다. 또 실물경기 침체로 대내외 경영여건이 악화되고 있는 시점에서 구 회장이 현장경영을 통해 임직원들의 사기를 북돋우는 한편 세심한 부분까지 챙기도록 긴장감을 불어넣고 있다는 것이 그룹 안팎의 해석이다. 구 회장이 4월 LG이노텍 광주사업장을 방문했을 당시에는 구 회장이 탑승한 헬기가 광주공장 착륙장에 내렸을 때 현지 주재임원이 사전에 모르고 있다가 급하게 뛰어나왔을 정도였다. 지난달 10일 LG화학의 오창테크노파크 전지공장 방문도 사전에 전혀 예고되지 않았다. 구 회장이 올 초 생산라인 화재로 가동이 잠시 중단됐다가 복구가 막 끝나고 재가동되는 시점에 현장을 찾아 직접 점검한 것. 구 회장은 화재복구 이후 전지 생산라인의 가동률과 안전대책 등에 대해 자세하게 질문, 현장직원들을 당황하게 만들기도 했다. 지난달 초 8세대 라인 건설이 진행 중인 LG디스플레이 파주공장 방문 당시에는 LCD와 OLED의 전력소비량이 얼마만큼 차이가 있는지,다른 경쟁사의 제품과 비교해 어떤 장점이 있는지 등에 대해 현장실무자들에게 질문하기도 했다. 구 회장은 현장방문을 통해 임직원들을 격려하는 것뿐 아니라 중요한 사업내용의 진척상황을 꼼꼼히 체크하고 있다. 이와 함께 구 회장은 현장경영이 끝나면 늘 생산팀장 등 현장 임직원들과 식사를 같이하면서 현장의 애로점도 듣고 임직원을 격려한다는 게 회사 관계자의 설명이다.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현장 키워드 "선진기업의 파상공세와 후발기업의 추격을 극복할 수 있는 해법은 R&D에 있다."(3월, 현장성과 보고회) "개별제품 위주의 디자인에서 벗어나 고객의 생활공간 전반에 새로운 가치를 제공할 수 있는 총체적 디자인에 힘써달라."(5월, LG전자 디자인센터) "태양광 모듈 등에 대해 차별적인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5월, 태안LG태양광발전소) "전지 생산라인의 가동률 향상과 안정성 강화를 위해 노력해달라."(10월, LG화학 오창전지공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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