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獨 정치의 신화가 된 요슈카 피셔

■ 신화를 쓰는 마라토너 (요슈카 피셔 지음, 궁리 펴냄)


독일 정치인 가운데 원고없이 연설할 수 있는 몇 안되는 인물 가운데 하나가 요슈카 피셔 외무장관이다. 얼마 전 독일 녹색당 총선 꼴찌의 책임을 지고 2선후퇴를 선언한 그는 대학 문턱에서 가지 못한 거리의 투사였지만 서구 고전을 독학하며 내공을 쌓아나가 결국 독일 정치 무대에 우뚝 선 신화적인 인물. 68운동에 앞장섰던 거리의 투사, 공장 노동자, 택시 운전사를 거쳐 부총리 겸 외무 장관에 오른 피셔는 빌리 브란트 이후 독일 국민들이 가장 사랑하는 정치인 중 하나로 꼽힌다. 80년대 중반부터 거의 해마다 한 권씩 출판되고 있는 그의 책은 익살스럽고 요점이 분명하다. 학교를 제대로 마치지 못했지만 나름대로 계획을 세워 니체, 마르크스, 아도르노, 하버마스를 차례로 독파한 결과다. ‘신화를 쓰는 마라토너’는 피셔의 정치 인생을 담담하게 그려나가고 있다. 요슈카 피셔라는 한 현실 정치인을 통해 다양한 권력의 속성들을 보여준다. 저자들이 말하는 권력이란 개인들의 욕심이 엉겨 붙은 비계 덩어리요 그 무대는 형이상학적 근육질 마초들의 힘겨루기가 벌어지는 체스판이다. 마르크스가 힘의 발생논리와 생성논리는 다르다고 했던가. 이 책은 권력의 발생 논리와 발전 과정의 차이점이 무엇인지 생생히 보여준다. 피셔는 무절제한 식사로 몸무게가 한때 112㎏이나 나갔다. 이후 세번째 부인이 떠나가자 마라톤을 시작해 1년 만에 37kg을 뺐다. 얼마 전엔 로마에서 29살 이란계 영화학도와 다섯번째 결혼식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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