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완(사진) 기획재정부 장관이 "소비자의 과시적(ostentatious) 소비성향이 물가에 터무니없는 거품을 일으키는 요인"이라고 말해 해석이 분분하다. 박 장관은 자신의 말이 "소비자에게 물가 책임을 전가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고 타당한 부분도 있지만 국민이 물가 급등에 어느 때보다 예민한 상황에서 이 같은 발언이 나온 것에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박 장관은 9일 서울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열린 유럽상공회의소(EUCCK) 오찬간담회에서 "경쟁이 제약돼 있고 정보가 충분히 공개되지 않고 있다는 점과 함께 소비자의 이 같은 (과시적 소비) 태도 역시 물가상승의 한 원인"이라면서 이같이 말했다.
재정부의 한 관계자는 "물가대책을 하는 데 가장 어려운 것 중 하나가 소비행태"라며 "가격이 오르면 소비를 줄여야 하지만 입맛이나 소비 패턴이 정해져 있어 탄력적으로 바뀌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가령 햅쌀이나 국산 돼지고기 가격이 오르면 묵은쌀이나 수입산을 사먹기보다 가격이 비싸도 기존에 먹던 햅쌀과 국산 돼지고기를 고집한다는 것이다. 이 같은 소비행태가 기대 인플레이션 심리를 끌어올리는 요인이 되고 공급자도 소비자심리를 이용해 가격을 과도하게 올리는 악순환으로 이어져 정책 효과가 떨어진다는 설명이다.
박 장관은 자신의 발언이 문제를 일으킬 것을 우려한 듯 "과시적 소비행태를 지적했다고 해서 정부가 소비자에게 물가 책임을 전가한다는 의미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며 "쏠림 현상이 두드러진다는 의미"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이런 쏠림 현상이 기본적으로 특정 품목이나 특정 서비스 가격을 급등시키는 요인이 된다"며 "물가 기대심리가 여전히 높아 낮춰야 한다"고 덧붙였다.
물가책임실명제와 관련해서는 "소신껏 책임지고 제도 개선이나 시장의 구조적 문제점을 잘 분석해 새로운 정책을 추진하라는 뜻"이라며 "팔을 비틀거나 윽박지르는 쪽으로 변질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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