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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과 부진한 증권사들 주총서 혼쭐

노사 갈등으로 고성 오가

부실경영 항의 목소리도

윤경은 현대증권 사장이 14일 서울 여의도 현대증권 사옥에서 열린 제53기 정기 주주총회를 진행하고 있다. 이날 국내 증권사 12곳이 일제히 주총을 열었으나 최근 악화된 수익 등으로 경영진이 주주와 노조 등과 갈등을 빚는 사례가 이어졌다. /사진제공=현대증권

14일 오전9시 서울 여의도의 대신증권 본사11층에서 열린 제53기 주주총회는 예년과는 분위기가 많이 달랐다. 주총장의 분위기는 시작 전부터 험악했다. 지난 1월 대신증권의 53년 무노조 신화를 끝낸 노조가 이번 주총을 단단히 벼르고 준비했기 때문이다.

최근 증권업황이 극도로 악화되면서 실적이 부진한 증권사들이 주총에서도 혼쭐이 나고 있다. 이날 주총이 열린 대신증권ㆍ현대증권ㆍ삼성증권ㆍ우리투자증권ㆍ미래에셋증권ㆍ동양증권ㆍ키움증권 등 12개 증권사들의 주총장에서는 사측과 노조의 갈등이 불거지거나 주주가 경영진에 부실 경영에 대해 거세게 항의하는 사례가 잇따랐다.

이날 대신증권의 주총은 주총이 아닌 흡사 노조총회를 연상하게 했다. 이날 주총에서는 주요 안건에 대한 논의보다는 최근 경영 상황을 둘러싸고 노조를 포함한 주주와 사측 간의 갈등이 크게 불거졌다. 주총 시작부터 의사진행 발언을 요구하는 이남현 대신증권 노조 지부장과 나재철 의장(대신증권 사장)이 목소리를 높여가며 논쟁을 벌였다. 대신증권 노조는 이날 우리사주 의결권 64만주(1.2%)를 위임 받아 주총에 참석했다. 이 지부장은 이날 대주주인 이어룡 회장의 고배당을 문제 삼으며 "사측이 직원들의 희생만 강요할 게 아니라 대주주와 경영진이 먼저 솔선수범해서 불황을 극복하는 모습을 보여달라"고 주장했다. 사측의 부실 경영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날 주총에 참석한 한 일반 주주는 저축은행 인수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기도 했다. 이처럼 사측과 노조측의 극심한 대립으로 통상적으로 30분 안에 마무리 되던 대신증권 주총은 1시간40분이나 진행된 끝에 사내이사 재선임 등 주요 안건이 대부분 원안대로 처리됐다.



이날 다른 증권사 주총에서도 수익악화와 배당 등을 놓고 주주들의 거센 질타가 이어졌다. 이날 현대증권 주총에 참석한 한 주주는 윤경은 현대증권 사장에게 "금융기관이 3년 연속 적자를 낸 건 신뢰에 엄청난 마이너스"라며 "노조와 싸울 생각하지 많고 얼른 타협해서 이익을 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대증권은 이날 비용절감을 위해 임원보수를 내리고 직원 퇴직금 위로금 제도 폐지 안건을 통과시켰다. 삼성증권 주총장에서 한 주주는 " 전년에 배당금이 주당 650원인데 이번에는 100원"이라며 "주가가 내려가고 배당을 줄인 것에 대한 반성이 있어야 한다"고 경영진을 몰아세웠다. 삼성증권은 사내외이사를 9명에서 7명으로 줄이고 임원 보수한도도 135억원에서 115억원으로 낮췄다.

한편 동양증권은 이날 최근 매각 본계약을 체결한 유안타증권 관계자가 참석한 가운데 1,500억원 규모 제3자 방식 유상증자 참여 등의 안건을 승인했다. 이 밖에 우리투자증권·미래에셋증권·키움증권 등은 별다른 차질 없이 안건을 통과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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