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중위기가 국내 산업계를 엄습하면서 제너럴일렉트릭(GE)·필립스 등 혁신을 통해 제2의 도약을 이룬 해외 기업들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이들처럼 위기가 도래했을 때 환골탈태에 가까운 변신으로 활로를 모색하는 용기가 우리 기업들에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GE는 기업의 모범적인 혁신사례로 늘 회자된다.
제조·미디어·금융을 아우르는 산업 포트폴리오를 구축했던 GE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항공엔진·의료기기·원자력 등 제조업 본연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제프리 이멀트 GE 회장은 한때 높은 수익성을 자랑했던 금융 서비스 사업이 점점 미래가치를 잃어간다고 판단했다.
실제로 금융위기 직후 GE는 금융 부문인 GE캐피털 때문에 신용등급이 하락하고 정부의 구제금융까지 받아야 하는 상황에 내몰렸다.
이에 따라 지난 2007년 그룹 전체의 57%를 차지하던 GE캐피털의 영업이익 비중은 지난해 42%까지 떨어졌다.
결국 GE는 올해 4월 'GE캐피털 축소계획'을 발표하고 최근 GE캐피털의 온라인 예금 플랫폼과 예금자산을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GE는 이 같은 '금융 다이어트'로 오는 2018년까지 금융 부문의 영업이익 비중을 10% 아래로 낮춘다는 복안을 가지고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제조업 중심에서 금융 중심으로 사업구조를 개편했다가 원점으로 돌아가고 있는 GE의 변신이야말로 혁신의 한 정점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강조했다.
네덜란드 기업 필립스도 GE 못지않게 활발한 사업재편을 통해 경영환경 변화에 대처해왔다.
필립스는 1990년대까지만 해도 라디오와 청소기·TV 등을 만드는 전자회사로 명성을 떨쳤다. 반도체 영역에도 뛰어들어 2000년대 중반 반도체와 전자를 합친 매출은 회사 전체 실적의 절반을 넘었다.
하지만 반도체·전자 산업 구도가 삼성·LG·소니 등 아시아 업체 위주로 바뀌자 필립스는 과감히 사업재편을 결정했다.
2006년 반도체 사업을 매각하고 TV 부문을 분사한 데 이어 2008년에는 의료기기·소비자가전·조명 등을 중심으로 사업구조를 확 바꿨다.
그 결과 2000년 필립스의 전체 매출의 44%를 차지한 전자사업 비중은 현재 20% 안팎으로 떨어졌다. 반면 의료기기 부문의 매출 비중은 2010년 34%에서 지난해 44% 수준까지 올라섰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꾸준한 연구개발(R&D) 투자뿐 아니라 고비마다 재빨리 의사결정을 내리는 조직문화가 필립스를 120년 넘는 장수기업으로 만든 비결"이라고 설명했다.
글로벌 정보기술(IT) 업계의 공룡 기업인 구글 역시 10일(현지시간) 대대적인 사업개편안을 발표하고 조직 수술에 나섰다. 구글이 PC에서 모바일로 넘어가는 흐름을 포착하지 못해 경쟁에서 도태된 마이크로소프트(MS)의 전철을 밟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회사 안팎에서 제기되자 즉각 대응방안을 내놓은 것이다.
이 회사는 인터넷 검색 엔진을 구글 내에서 관리하는 대신 사물인터넷(IoT)·생활과학·무인자동차 등의 다양한 신사업 부문은 지주회사(알파벳)에 편입해 조직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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