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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 경제인] GM의 여사장 신시아 트루델
입력1998-12-25 00:00:00
수정
1998.12.25 00:00:00
【뉴욕=김인영 특파원】 자동차 공장은 세계 어디에서나 전통적으로 남성들의 세계다. 그러나 세계 최대 자동차회사인 미국의 제너럴 모터스(GM)가 새턴 공장 사장으로 여성을 선임해 화제다.GM은 내년 1월 1일자로 테네시주에 있는 새턴공장 사장에 신시아 트루델씨(45)를 임명했다. 자동차 생산에서 판매에 이르기까지 전과정을 책임지는 경영자로 여성이 선임되기는 세계 자동차업계에서 처음이다.
GM이 그녀를 소형차 생산공장의 사장으로 진급시킨 것은 단순히 여성을 배려한 인사원칙 때문은 아니며 그녀가 자동차를 너무 잘 알기 때문이다.
일본과 유럽의 자동차 회사들은 엔지니어를 사장에 임명하는 경향이 있지만, 미국에선 주로 경영학 전공자들이 사장이 됐다. 이런 풍토에서 화학 전공의 여성 엔지니어가 자동차 회사 사장이 됐기에 업계의 관심이 남다르다.
캐나다 태생인 그녀는 어려서 자동차 세일즈맨인 아버지의 영향을 받았다. 그녀는 아버지 사무실에서 놀면서 자동차를 배우고 사랑하게 됐다. 화학을 전공한 트루델은 대학졸업 후 자신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자동차 회사에 취직하기로 결심했다.
포드자동차 화학 기술자로 잠시 근무한 후 81년 GM으로 옮겨 89년부터 9년간 변속기 공장 책임자로 일했다. 그녀는 GM 자동차의 엔진과 변속기 등 핵심 부품공장에서 오래 근무하면서 『이들 부품이 자동차의 심장이요 정신이기 때문에 자동차를 잘 알게된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트루델씨는 시뻘건 쇳물이 흘러다니는 주물공장에서도 일했다. 거친 남성들의 숲에서 그녀는 자신의 전공인 화학 개념을 통해 자동차 제작의 원리를 터득해 나갔다.
자동차 업계에서 여성은 거의 터부시됐다. 60년대까지만 해도 미국 자동차업계는 임원진에 여성과 흑인, 유태인을 배제했다. 그후 시대적 조류를 받아들여 흑인과 유태인에게 조금씩 문호가 열렸지만, 여성에 대해서만큼은 여전히 진입장벽이 두터웠다.
사내 선배들도 트루델을 여성이라고 깎아내리려고 한 적이 종종 있었다. 변속기 공장으로 발령이 났을때 상사가 장난삼아 그녀의 사무실을 핑크빛으로 페인트해 놓았다. 그녀는 한마디 불평도 않고 있다고 일주일후에 베이지색으로 다시 칠을 한 다음 기념으로 꽃병만은 핑크색으로 남겨두었다고 한다.
트루델은 노사관계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다. 그녀는 그동안 책임자로 일했던 공장에서는 무엇보다 원만한 노사관계에 주력, 좋은 실적을 냈다.
소형차인 새턴은 실적이 좋지 않다. 경쟁사인 포드의 치열한 추격을 받고 있고, 유가하락으로 소비자들이 중형차를 선호하기 때문이다. 신임 트루델 사장은 새턴을 중형화하고 스포츠카 등으로 모델을 다양화함으로써 판매력 강화에 힘쓰겠다고 밝혔다.
마침내 그녀는 아버지를 따라다니며 키운 꿈을 실현시키는 새로운 출발점에 서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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