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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쇄파업 돌입한 쌍용차 평택공장 르포

곳곳에 "투쟁" 현수막…폭풍전야<br>단전·단수대비 컵라면·식수 1만여개 비축<br>"여론 등돌릴라" 역효과 우려 내부 목소리도<br>"계속 이러다간 공멸" 경영진 안타까움 토로

쌍용차 노조가 파업수위를 높이고 있는 가운데 16일 대형 컨테이너로 봉쇄된 평택공장 정문 앞에 모인 노조원들이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노조가‘옥쇄파업’에 들어간 16일 경기도 평택의 쌍용자동차 공장. 평상시 직원들로 붐비던 공장의 정문은 대형 컨테이너로 가로막혀 있었다. 노조 측에서 대주주인 중국 상하이차에서 파견된 임원 등에 대한 출입을 통제하기 위해 설치한 것들이다. 공장 내 건물벽과 도로에는‘절대고용 쟁취’ ‘구조조정 결사반대’등의 구호를 앞세운 현수막이 가득 걸려 있었다. 쌍용차 노조는 이날부터 사측의 구조조정안에 반발해 공장문을 폐쇄한 채 숙식을 함께하며 투쟁하는‘옥쇄파업’에 돌입했다. 이날 오후6시에 열린 발대식을 앞두고 각 지부 또는 개인별로 삼삼오오 모여 공장 안으로 들어가고 있는 노조원들의 얼굴에는 긴장감이 역력했다. 이날 옥쇄파업 돌입을 위해 창원 엔진공장과 정비공장 5곳 등에서 평택공장에 집결한 조합원은 5,000여명. 이미 가동을 멈춰 적막하기까지 한 생산라인 주변에 삼삼오오 모여 노조 집행부의 지침을 기다리고 있는 노조원들은 하나같이 자신이 사측의 정리해고 대상이 돼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는 표정이다. 김규한 쌍용차 노조 부위원장은“우리도 파국을 원하는 것은 아니다. 국내 자동차산업의 기반붕괴와 강제 구조조정의 부당성을 알리기 위해서는 이 방법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오히려 파업의 역효과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자동차 도장라인에서 근무한다는 한 조합원은 “대주주를 비롯한 경영진이 투자적기를 놓쳐 경영부진에 이른 점에 대해서는 불만이 크다”면서도 “정문을 막고 옥쇄파업을 하는 것이 여론에 안 좋은 이미지로 비쳐질까 우려된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노조는 이날 옥쇄파업을 시작으로 협상을 이끌어내기 위한 본격적인 압박작전에 돌입한다는 방침이다. 발대식에 이어 17일에는 200여명의 노조간부들이 서울 마로니에에서 중국 대사관에 이르는 3보1배 가두행진을 벌일 예정이다. 노조의 한 간부는 “사측이 일방적인 구조조정을 철회하지 않을 것”이라며 투쟁의지를 불태우기도 했다. 노조 측은 이미 컵라면과 식수를 각각 1만여개 비축했으며 사측의 단전ㆍ단수조치에 대한 대비책도 마련했다. 반면 이미 한달째 이어진 파업으로 이미 큰 상처를 입고 있는 사측은 이번 옥쇄파업을 바라보며 답답하다는 반응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정한영 부사장은“더 이상의 생산차질은 노사 모두에 공멸을 가져올 수 있다”며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정 부사장은 “내수부진에 따른 판매실적 저하로 평택공장은 올 1월부터 생산라인이 20~30%씩 정지할 정도로 상황이 좋지 않다”며 “해고 근로자의 괴로움은 충분히 공감하지만 회사가 무너지는 최악의 상황을 피하려면 감원이 불가피하다”고 강변했다. 쌍용차는 이미 한달여가량에 이르는 부분 및 전면파업으로 자동차 1만5,300여대의 생산차질이 빚어져 해외 수출에서의 신용이 떨어지는 등 설상가상의 경영위기를 맞고 있다. 이에 대해 김 부위원장은 “사측은 자꾸만 판매량이 지난 2002년의 16만대 수준보다 2만대가량 떨어져 인력감축이 불가피하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오는 2010년까지 30만대 생산체제를 갖추겠다는 중장기 플랜은 왜 발표했느냐”며 “노조는 지난 1년간 인력배치 전환까지 받아들이며 생산성 20% 향상에 협조해온 만큼 사측도 성의를 보여달라”고 주문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양측이 모두 ‘파국은 피해야 한다’는 공감대를 갖고 있다는 점. 김 부위원장은 “노조 집행부 역시 사측과의 극한 대립을 바라지는 않는 입장”이라며“옥쇄파업은 사측이 21차 교섭에서 절충안을 갖고 오기를 바란다는 제스처이지 파국을 위한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정 부사장도 “옥쇄파업이 강행되더라도 대화의 끈을 놓아서는 안된다”며 “18일부터 재개될 임단협에서 이견을 좁히도록 노력해보겠다”고 설명했다. 경총의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노조가 사측의 기본적인 인사권을 무리하게 침해하면서까지 옥쇄파업을 강행하는 것은 무리한 행동”이라며 “노조는 대응수위를 낮춰 더 이상의 파국을 막고 사측도 최대한 협상에 적극 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 기아·GM대우도 노사마찰로 '몸살' 기아, 임단협 난항 파업강도 높아져
GM대우도 합의안 부결 재교섭 나서
기아와 GM대우 등 다른 자동차업체들도 노사마찰로 심각한 생산차질을 빚는 등 몸살을 앓고 있다. 기아차는 임금인상 및 정년연장 등 올 임단협이 난항을 거듭하면서 노조 측이 이번주부터 파업의 강도를 더욱 높이기 시작했고 GM대우도 지난달 말 어렵사리 마련한 잠정합의안이 찬반투표에서 부결됨에 따라 최근 재교섭에 나섰다. 기아차의 경우 지난달 18일부터 16일까지 총 72시간의 부분파업을 벌여 1만7,000여대의 생산차질과 2,600억원의 매출손실이 발생했다. 기아차 노조는 기본급 7.8%(10만6,221원) 인상과 성과급 300% 지급, 정년 58세에서 62세로 연장 등을 요구하고 있으며 그동안 주야 2~4시간씩 벌여온 부분파업의 강도를 이번주부터는 주야 4시간씩으로 늘렸다. 그러나 사측은 올해 실적이 크게 나빠지고 있는 상황에서 노조 측의 무리한 요구를 수용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어서 파업사태의 장기화가 예상된다. 노사 양측은 이날에도 15차 교섭을 가졌으나 타협점을 찾는 데 실패했다. 노사 합의안이 노조 찬반투표에서 거부된 GM대우도 노조간부들이 철야농성을 지속하면서 이달 14일과 16일 두 차례에 걸쳐 노사 재교섭을 가졌으나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GM대우는 그러나 재교섭 과정에서 이견을 많이 좁힌 것으로 전해져 당초 예상보다 빨리 합의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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