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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 포커스] 특판예금만 내놓는 은행의 고민

돈 굴릴 데가 없다… 자금 유입 속도 조절<br>신규 예·적금 상품 출시<br>작년보다 절반이상 줄고 획기적 상품은 아예 없어<br>현상유지 마케팅만 펼쳐



시중은행으로의 돈 쏠림 현상이 지속되지만 은행권이 예금이나 적금 등의 신규상품 출시를 줄이고 있다. 대출이 줄어드니 돈을 받아봐야 득될 것이 없는 탓이다. 금리도 3% 초ㆍ중반선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마케팅 차원에서 예ㆍ적금 금리보다 더 얹어주는 '특판예금'도 많아야 4% 초반에 머물고 있다. 돈의 유입 속도를 늦추려는 것이다.

자금을 끌어모아 이를 운용해 이익을 얻는 은행권이 신규상품 출시를 줄이는 것은 역설이지만 현재의 은행권 상황이 무턱대고 자금을 유치할 수 없는 상황이 돼 있다는 얘기다.

◇4대 시중은행 예ㆍ적금 신상품, 지난해 비해 반토막=4일 금융계에 따르면 국민ㆍ신한ㆍ우리ㆍ하나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이 올 들어 8월 말까지 새로 내 놓은 예ㆍ적금 상품은 모두 27개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전체 출시 상품 55개의 절반에도 미치지 않는다.

지난해에도 7개의 예ㆍ적금 상품만을 출시했던 하나은행은 올해 8월까지는 2개 출시에 그쳤고 우리은행은 17개→6개, 국민은행 15개→7개 등이다. 이런 추세라면 올해가 4개월가량 남아 있다고 하더라도 4대 시중은행이 선보일 예ㆍ적금 상품은 지난해 수준을 훨씬 밑돌 것으로 보인다.

예ㆍ적금 신상품 출시가 줄어든 이유에 대해 은행권의 한 상품담당자는 "수신에 비해 여신이 마땅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예ㆍ적금 상품의 약관승인도 까다로워진 것도 이유라고 설명했다. 금감원은 지난해 저축은행 사태 이후 '소비자 보호'를 이유로 수신내용과 금리, 혜택은 물론 상품명까지 세밀하게 보고 있다.



예ㆍ적금 상품은 다양성이나 금리 등에서도 지난해보다 떨어진다. 예컨대 지난해의 경우 지수연동정기예금이나 연금우대적금 등 다양한 상품으로 고객의 눈길을 잡았다. 하지만 올해는 월복리식 정기예금 등도 등장하고 있지만 대체로 스마트금융과 연계한 상품이 축을 이루고 있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스마트금융이 활발하고 시장선점을 위해서도 이와 연계된 예ㆍ적금 상품을 출시해 고객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많다"면서 "획기적인 상품은 솔직히 없다"고 말했다.

◇금리 낮추고, 마케팅용 특판 예금으로 현상유지=기준금리 인하, 은행으로의 자금 쏠림 등으로 은행들은 예금상품의 금리도 낮추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정기예금 가운데 금리가 4.0% 이상~5.0% 미만의 비중은 지난해 7월에는 31.7%에 달했다. 하지만 올해 7월에는 그 비중이 4.1%로 급감했다. 반면 금리가 3.0% 이상~4.0% 미만의 비중은 60.6%에서 85.9%로 크게 늘었다. 더욱이 금리가 2.0~3.0%인 것도 9.9%에 달해 10개의 상품 가운데 9개 이상이 3%대 금리상품이었다.

예ㆍ적금 상품이 줄다 보니 은행들은 특판예ㆍ적금을 출시하고 있다. 시중은행의 한 고위 관계자는 "특판예금의 경우 자칫하다가는 팔릴수록 손해가 발생할 수 있지만 마케팅 차원에서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고육책이라는 얘기다. 마땅한 투자처가 없다 보니 0.1%포인트의 금리라도 더 주는 특판상품은 출시하면 바로 팔려나간다. 예컨대 독도예금 특판상품을 2회에 걸쳐 출시했는데 1차 상품은 3일, 2차 상품은 3시간20분 만에 동났다. 이런 이유로 6월 말 시중은행 정기예금 잔액은 584조6,831억원으로 올해 1월(559조7,988억원)보다 24조8,843억원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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