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단이 내우외환으로 급격히 흔들리고 있다. 지난해 6월과 9월 협상단 분과장급 간부가 교체된 데 이어 24일 외교통상부 출신 3개 분과장이 해외공관 발령을 받은 것으로 드러나 협상단 내부 분위기가 흉흉해지고 있는 것. 외교통상부는 전임자들이 공관 부임 전까지 FTA 협상을 계속 맡을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FTA 문건유출로 국정원의 강도 높은 보안감사를 받고 있는 상황이어서 해당 인사들 뿐 아니라 협상단 전체의 책임감과 집중력이 크게 떨어질 처지다. 외교통상부에 따르면 협상단 중 외교통상부 이건태 지역통상국장, 박석범 국제경제국장, 김해용 지역통상국 심의관 등이 24일부로 해외공관 발령이 확정됐다. 이 국장은 한미 FTA 협상 지적재산권 분과장을, 박 국장은 환경과 노동 2개 분과장을, 김 심의관은 자동차 작업반장을 각각 맡고 있다. 본지 확인 결과 이들 3명의 분과장급 간부는 오는 2월11일 7차 협상 전까지 신임 국장들에게 업무 인수인계를 마치기로 돼 있으나 외교통상부는 해외공관 부임 전까지 전임자들이 계속 FTA 협상은 맡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외교통상부 관계자는 “3월까지는 전임자들이 협상의 연속성을 지켜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사실상 협상 책임을 벗어난 이들이 업무의 연속성을 살려 집중력을 발휘할지도 미지수다. 특히 FTA 협상이 미측 무역촉진권한(TPA) 연장으로 길어지면 전혀 협상을 모르는 사람들이 협상테이블에 앉게 되는 사태마저 벌어질 수 있다. 한 통상협상 전문가는 “사실상 협상단이 교체된 셈인데 전장에 나간 장수를 한 번도 아니고 세 번씩이나 교체하는 정부의 협상력을 국민이 믿어야 하느냐”고 되물었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 6월 섬유와 무역구제, 기술장벽(TBT) 분과장, 자동차 작업반장을 교체한 바 있으며 9월 3차 협상을 앞두고는 위생검역(SPS), 무역구제, 지적재산권 분과장을 바꾼 바 있다. 협상단의 한 관계자는 “FTA 문건유출로 보안감사를 받느라 정신 없는 상황에서 주요 분과장의 교체마저 초읽기에 들어가 사기가 말이 아니다”고 했다. 반면 미측은 협상단 주요 인사뿐 아니라 협상단 규모까지 줄곧 유지하며 협상력을 물샐틈없이 관리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날 열린 국회 한미 FTA 특위에서 위원들은 “정부가 문건유출을 국회 탓으로 돌렸다”면서 강하게 성토하며 진상조사반을 구성, 문건유출 경위를 따지기로 해 협상단은 새로운 짐을 또 떠안게 됐다. 한편 우리 측 협상단은 미측 반덤핑 제재완화와 관련된 무역구제 주요 요구사항을 관철하기 위해 7차 회담에서 중단된 무역구제 협상을 재개하기로 했다. 자동차와 의약품 협상도 재개될 전망이다. 정부의 한 핵심관계자는 “고위급에서 무역구제와 자동차ㆍ의약품 협상 타결 방향이 정해지면 실무협상을 재개해 적정하게 기존 요구사항의 문안을 조정하겠지만 무역구제에 추가 요구는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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