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DJ) 전 대통령이 정국 흐름을 좌우할 중대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DJ뿐 아니라 김영삼(YS) 전 대통령, 김종필 전 자민련 총재와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도 정치행보를 재개하는 분위기다. 정치권 원로들의 이 같은 움직임은 열린우리당과 민주당과 통합은 물론 내년 지방선거ㆍ차기대선까지 파장을 미칠 전망이다. DJ의 정치적 영향력이 우리당 지도부가 동교동을 방문한 지난 8일 분명하게 확인됐다. ‘여러분이 나의 정치적 계승자’라는 발언에 우리당과 민주당이 즉각 반응하고 나선 것. 각각의 해석이 다르고 설전도 펼쳐지고 있지만 DJ가 양당에 통합을 촉구한 점은 분명해 보인다. DJ의 속 뜻을 가장 정확하게 헤아린다는 한화갑 민주당 대표가 9일‘우리당과 통합 불가’라는 기존의 입장을 재확인하면서도 ‘노무현 대통령 탈당 후 통합 가능’이란 조건부 통합 논의의 여지를 남긴 점도 이를 반증하는 대목이다. 통합 논의가 거세질수록 우리당 내부의 사정은 더욱 복잡하게 전개될 전망이다. 통합 적극 추진파와 반대파간 입장 차이가 분명하기 때문. 당권과 노선 경쟁과 맞물려 우리당 내분이 보다 심각해질 수도 있는 상황이다. 다만 재ㆍ보선 연패로 당의 분위기가 처진 상태인데다 이대로 갈 경우 지방선거와 대선 필패론이 나오는 여건이어서 통합론이 다수를 점해가는 분위기다.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이 당 안팎의 이견을 딛고 다시 합쳐질 경우 정국 급변이 예상된다. 한나라당의 일방적 승리가 점쳐지던 지방선거의 판도는 물론 대선구도까지 변하게 된다. 여기에 오랜 반목 끝에 최근 전화통화를 나눈 DJ와 YS가 화해하는 경우까지 더해지면 파장은 더욱 커질 수 있다. 90년 3당 합당 이전의 민주세력 대연합 구도가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이는 지난 2002년 대선 과정에서 민주당 대통령 후보로 확정된 직후 노무현 후보가 추진했던 정치권 그림과 일맥상통한다는 점에서 중장기적으로 청와대의 지원의 받을 수도 있는 구도다. 물론 YS가 DJ에게 전화한 것은 한나라당을 측면지원하기 위한 것이라는 정반대의 해석도 있다. 정치 원로들의 영향력이 높아지자 이들을 향한 발걸음도 분주해지고 있다.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와 한화갑 민주당 대표가 잇따라 동교동을 방문할 예정이다. 양김 뿐 아니다. 국민중심당(가칭)의 자민련 흡수통합을 막후 지원한 김종필 전 자민련 총재와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 등 거물급 ‘정치 OB(Old Boy)’들의 정가 나들이도 부쩍 잦아지고 있다. 지방선거와 대선 예비전 등 정치의 계절이 다가오면서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간에 정치 OB들의 역할은 점점 커지고 있다. 일세를 풍미한 정치 원로들이 펼칠 ‘마지막 정치’가 올 겨울과 내년 정치권의 기상 흐름을 좌우할 태풍의 눈으로 떠오르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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