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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경받는 기업, 기업인을 만들자] 3-1. 신뢰 경영의 현장을 가다 (유한양행)
입력2003-11-19 00:00:00
수정
2003.11.19 00:00:00
임웅재 기자
유한양행 직원들은 `나도 사장이 될 수 있다`는 생각과 목표를 갖고 있다. 창업주인 고 유일한 박사가 `기업 경영에 정실이 개입되어서는 안 된다`는 신념 아래 지난 69년 주주총회 석상에서 당시 조권순 전무에게 경영권을 승계한 이후 차중근 현 사장에 이르기까지 유한양행의 최고 경영자들은 모두 평사원으로 입사해 최고의 자리에 올랐다. 기업주의 독단을 사전에 차단하고 회사 내부에서 성장해온 `준비된 인재`에게 경영을 맡기는 선진적 경영환경을 조성해온 것이다. 이러한 시스템은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면 인정 받을 수 있다는 믿음을 낳았고 전문경영인에 의한 내실경영으로 이어졌다.
◇소유ㆍ경영분리 대표기업= 주요 의사결정 때 이사회와 운영위원회 등의 협의를 거침으로써 전문경영인의 책임경영과 합리적 경영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장치도 마련돼 있다. 최근 10여년간 유한양행은 매년 순이익이 증가해 왔으며 창립 이후, 특히 한국전쟁 이후 단 한 차례도 적자를 낸 적이 없다. 이는 `소유와 경영이 분리된 기업`의 대표주자인 유한양행이 우량 장수기업으로 뿌리내리는 토대가 되고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얻는 기틀이 됐다. 지금도 유한양행의 1,100여 임직원 가운데 창업주의 친인척은 단 한 명도 없다.
유한양행은 `기업의 소유주는 사회이고 단지 그 관리만을 기업인이 할 뿐이다` `기업에 종사하는 모든 사람들은 기업활동을 통한 하나의 공동운명체다`라는 창업주의 경영철학에 따라 노사가 상생(相生)하는 기업문화, 노사화합의 전통을 창출해 왔다. 또 정직한 기업활동, 건전한 기업윤리, 기업이윤의 사회환원, 경영자와 종업원에 대한 각별한 신뢰의식으로 나타났다. 창업 이후 단 한차례의 노사분규도 겪지 않은 것도 이처럼 전 임직원 상호간의 신뢰가 형성돼 있기에 가능했다.
유한양행은 지난 37년 국내최초로 기업을 공개하고 주식 일부를 종업원들에게 나눠줘 현대적 의미의 `종업원지주제`를 실천해 왔다. 98년에는 상장사 최초로 임원은 물론 일반직원을 대상으로 한 스톡옵션을 실시, 대부분의 임직원들이 회사 주식이나 스톡옵션 행사권을 보유하고 있다.
◇공동운명체적 노사관계= 또 모든 임직원은 종업원이라는 인식 아래 직원ㆍ노조와 투자자에게 기업경영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는 등 열린 경영을 실천하고 있다. 매년 경영진과 노조 대의원들이 회사경영에 대해 상의하고 친목을 도모하는 캠프 형식의 `노사합동연수회`를 갖고 신년 경영계획 브리핑 때 노조 대표들도 자리를 함께 한다. 매 분기마다 사업실적 보고회를 갖고 각 부서 2~4년차 사원들과 최고경영자간의 토의체인 `사원운영위원회`를 운영, 하위 직급자들의 애로점과 참신한 아이디어를 복지ㆍ경영에 반영해 전사원이 함께 노력하는 기업문화를 다져가고 있다. 창의제안제도, 신문고제도 등도 참여경영, 노사화합의 기업문화를 더욱 고양시키고 있다. 차중근 사장은 “매주 한 차례씩 노조위원장과 전화로 격의 없는 대화를 나누고 있다”며 “노사관계는 전략적 차원의 머리싸움이 아닌 가슴으로 대화하는 믿음과 신뢰가 전제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렇게 구축된 노사간 신뢰는 97년 말 외환위기로 많은 기업들이 정리해고, 상여금 삭감 등 인위적 구조조정에 박차를 가하던 시절 노조를 중심으로 한 유한양행 직원들의 자발적인 상여금(600% 이상) 반납 결의, 30분 더 일하기 운동의 밑거름이 됐다.
신제품 홍보에도 노조가 앞장서고 있다. 박광진 노조위원장은 외부 행사시 유한의 제품을 갖고 다니며 홍보에 전력하고 있다. 노조 대의원인 생산2부 김은신씨는 “우리 제품이 잘 되면 회사가 잘 되고 사원 모두에게 좋은 일”이라며 “하루가 멀다 하고 매장을 찾아가 제품도 구입하고 입 소문도 낸다”며 환하게 웃었다.
이처럼 유한양행의 노사화합은 지난 77년 역사를 통해 자연스럽게 형성된 기업문화의 산물이다. 유한양행은 기쁨과 어려움을 함께 나누는 끈끈한 노사문화와 경영정보 공유 등 열린 경영 실천, 성과배분, 경영상황 등 거의 모든 부문에서 높은 평가를 받아 `2001 기업혁신 대상(국무총리상)``2002 신노사문화 대상(국무총리상)`을, `2003 경제정의기업 대상(경실련)`을 수상했다.
유한재단-유한학원
이윤 사회환우너 양축
올해 3월 유한재단 김태훈 이사장은 한 통의 편지를 받았다. 4년간 유한재단의 장학금으로 학업을 수행하던 모 대학 의대생의 편지였다. 편지에는 장학금에 대한 고마움과 의사로서의 사명감, 그리고 “유한이라는 두 글자를 가슴 깊이 간직한 채 살겠습니다”는 다짐을 담고 있었다.
유한재단은 유한양행의 창업자인 고 유일한 박사가 세운 공익법인. 유한의 창업자인 고 유일한 박사는 생전부터 장학교육사업에 힘을 쏟았고 전재산을 공익재단인 유한재단(이후 유한재단과 학교법인 유한학원으로 분할)에 기증했다. 유한재단은 고인이 작고하시기 6개월 전인 지난 1970년 9월 개인주식 8만3,000여주를 기탁해 설립됐다. 유 박사의 외동딸인 재라씨도 지난 91년 집과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땅, 자신이 평생 틈틈이 사 모은 유한양행 주식 등 전재산을 유한재단에 기증하고 세상을 떠났다. 당시 그녀는 유한양행의 최대 개인 주주였다.
이를 통해 유한재단과 유한학원은 유한양행의 최대주주(지분율 약 25%)가 됐고 기업이윤을 배당 받아 사회봉사활동 등에 쓰고 있다.
유한재단은 이재민ㆍ불우이웃 돕기, 유한공고 등 교육기관에 대한 운영비 지원, 서울시 산하 시립도서관에 대한 도서 기부, 서울 소재 초ㆍ중등교사에 대한 연구비 지원, 결식노인 지원사업, 무의탁ㆍ치매노인 봉사활동 후원, 한국장애자재활협회가 주관하는 `사랑의 손잡기 운동`과 한국뇌성마비복지회가 주최하는 장애인 재활행사 `오뚜기 축제` 후원, 마약퇴치운동본부 등에 대한 지속적인 지원활동을 펼쳐 왔다.
특히 올해 전국 대학생 56명에게 전액장학금을 지원하는 등 지금까지 연인원 1,600여명에게 20억원의 장학금을 지급해 왔다.
이와 함께 모범적인 삶을 살아가는 인사에게 `유일한상`을, 우리 사회의 그늘진 곳에서 사회봉사를 실천하는 여간호사ㆍ여교사ㆍ여약사에게 `유재라봉사상`을 시상하고 있다.
한편, 유한양행도 올들어 9월 말까지 19억원을 학술연구지원 및 사회구호활동 등에 기부했다. 이 같은 활동에는 유한양행의 가족회사인 유한킴벌리, 유한크로락스, 유한화학 등도 동참하고 있다.
● 유한양행은 어떤 회사
유한양행은 창업 당시 일제의 강압 하에서 압정과 질병에 고통받던 우리 민족에게 민족생존과 민족혼 재현의 열쇠가 건강에 있다고 굳게 믿고 국민보건 향상에 기여한다는 정신으로 제약기업을 설립했다.
유한양행은 창업 이후 연구개발 능력을 강화해 우수 의약품 생산을 기업의 최우선 과제 중 하나로 삼고 있다. 지난 98년 외환위기를 맞아 조직을 슬림화하면서도 연구인력만은 증원, 전체 임직원의 20%를 넘는 연구개발인력을 보유하고 있다.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 투자도 제약업계 평균(3~4%)을 훨씬 웃도는 5~6%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지속적인 연구개발 노력은 현재 세계적 신약의 가능성이 보이는 위궤양치료제(YH1885) 등으로 점차 가시화되고 있다. 지난해 매출 2,850억원에 457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렸다.
유한양행은 생산시설 투자에도 힘을 쏟아 군포공장이 지난 85년 국내최초로 우수의약품 제조 및 품질관리기준(KGMP) 적격업체로, 중앙연구소가 88년 업계 최초로 우수실험질기준(KGLP) 적격 시험기관으로 지정됐다. 자회사인 유한화학은 지난해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GMP 승인을 받았다.
유한양행은 약사법에서 요구하는 기준보다 훨씬 엄격한 내부 품질관리규정을 적용해 국민이 안심하고 복용할 수 있는 의약품 생산에 노력하고 있다.
<임웅재기자 jaeli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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