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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의 길목 99지구촌경제] (5) 밀레니엄 버그

새해 들어 지구촌 각국에 첫 타전된 위기경보 메시지는 전쟁도, 경제위기도 아닌 「버그(BUG) 위기」였다.1일 오전 스웨덴의 스톡홀름 아란다 국제공항 등 3개 공항에서 동시에 경찰청 컴퓨터에 오작동이 발생, 임시여권 발행이 일시 중단됐다. 또 택시미터기에 내장된 컴퓨터칩이 1일부터 인상된 요금을 계산해 내지 못해 택시회사들마다 일대 혼란이 빚어졌다. 노르웨이의 국영석유회사인 슈타트오일사의 주유소 주유기들이 한때 작동을 멈췄고, 싱가포르 택시 3백여대의 미터기도 1일 정오부터 2시간 동안 오작동을 일으켰다. 모두 컴퓨터가 99년도의 「99」를 종료코드로 인식, 발생한 「99 버그」사건들이다. 새로운 천년이 시작되는 2000년부터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했던 컴퓨터의「밀레니엄 버그(Y2K)」문제가 새해초부터 지구촌 곳곳에서 현실로 나타난 것이다. 하지만 이는 예고편에 불과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전문가들은 컴퓨터의 2000년 표기문제인 Y2K가 해결되지 않으면 지난해 오작동으로 발사된 나이키 미사일처럼 군사작전용 미사일이 제멋대로 발사되고, 최첨단 전자장치로 무장한 군사무기들이 오작동돼 곳곳을 화약고로 뒤바꿔 놓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또 전기와 수도가 끊기고 항공기운항이 중단되는 등 예측불허의 사고를 일으킬 수도 있다. 세계 각국이 Y2K를 「2000년의 대재앙」으로 보는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이 대재앙이 터져나오기까지 앞으로 남은 시간은 불과 357일. 세계 각국은 물론 국제연합(UN),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 국제기구들도 이 재앙을 막기위해 연초부터 버그와의 전면전을 선언하고 나섰다. 또 무디스 등 국제신용평가기관에서는 Y2K에 대한 대응 정도를 신용평가에 반영키로 했다. 캐나다는 Y2K에 대처하기 위해 필요할 경우 비상사태를 선포하는 방안을 모색키로 했고, 영국은 2000년 1월1일을 앞두고 미리 2주일치 식량을 준비해 둘 것을 국민들에게 당부했다. 영국은 또 올 한햇동안 2만명의 컴퓨터프로그램 전문인력을 양성하고, 공공부문의 Y2K 해결을 위해 7조5,000억원을 투입키로 했다. 미국도 지난해 초 연방기관의 대응을 촉진하기 위해 행정명령(YEAR 2000 CONVERSION)을 발령한데 이어 예산회계국은 24개 연방기관의 대응상황을 분기별로 종합 보고토록 했다. 정보통신 전문컨설팅기관인 가트너그룹은 올해 세계 각국이 밀레니엄 버그의 출현을 막기 위해 버그와 전면전을 치루면서 전세계적으로 3,000억~6,000억달러의 막대한 비용이 투자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용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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