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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현 CJ회장 검찰 출두] '선장 잃은 CJ' 해외M&A 무산 위기… 글로벌 경영 물거품 우려

중국·베트남·인도네시아 등 해외사업 사실상 불가능<br>일자리 창출 계획 차질… 국내사업도 악영향 우려<br>이미경 CJ E&M 부회장 손경식 대한상의 회장 등 경영 공백 메울 가능성


CJ그룹 비자금 문제로 25일 검찰에 출석한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사법처리가 임박한 것으로 점쳐지는 가운데 '선장을 잃은 CJ호'가 어디로 갈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글로벌 생활 문화기업'을 표방하며 공격적으로 진행해오던 글로벌 사업은 검찰 수사 직후부터 차질을 보이며 후유증이 심화되고 있는 한편 CJ그룹이 추진 중인 일자리 창출 등 국내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글로벌 CJ' 꿈 물거품 되나=재계 14위 CJ그룹은 올 초 그룹 창립 60주년을 맞는 올해를 '글로벌 CJ' 원년으로 정하고 지난해 29%였던 해외 매출 비중을 올해 32%, 수년 내 50% 이상으로 끌어올린다는 청사진을 내놓았다.

현재 CJ의 해외 사업은 전세계 21개국 126개 해외법인에 베이커리ㆍ영화 점포 등을 합치면 200개 사무소가 넘는다. 올해에는 해외 투자 비용을 지난해보다 2,000억원 늘어난 총 9,000억원으로 책정해 글로벌 사업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중국에 제2의 CJ 건설을 시작으로 베트남에 제3의 CJ, 인도네시아에 제4의 CJ를 선포하려던 해외 사업 전략이 검찰 수사 등으로 올스톱됐다. 매년 신규 진출국에서 개최해온 '글로벌 콘퍼런스'를 올해는 터키나 인도네시아에서 열 계획이었지만 이 또한 검찰 수사로 무산된 상황이다.

◇M&A 줄줄이 무산…글로벌 사업 적신호=실제로 경제적 손실이 가시화되는 모습이다. CJ대한통운이 추진하던 물류업체 인수합병(M&A), CJ제일제당이 추진하던 중국 농ㆍ식품업체 M&A, CJ푸드빌의 프랜차이즈 총판 계약 등 최근 CJ그룹이 추진하던 해외 투자 가운데 검찰 수사로 무산 위기에 놓인 사업만 총 7~8여건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M&A의 경우 거액이 소요돼 기업 총수가 나서 직접 의사 결정을 해야 하는 사안인 만큼 이 회장이 출국금지된 상태에서 해외 관계자를 만나거나 시장 조사를 하는 일 등이 모두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특히 CJ대한통운의 경우 1조5,000억원 규모의 미국 물류회사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2차 실사를 준비하던 중 협상이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그룹 관계자는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돼 2차 심사를 앞두고 있었지만 전면 보류된 상황"이라면서 "중국 기업이 공격적으로 달려들어 해당업체가 협상 파트너를 변경할 것이라는 말도 흘러 나오고 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공격적인 투자를 통해 글로벌 바이오 사업과 사료사업을 강화하고 있는 CJ제일제당 역시 이번 사태로 투자가 연기 또는 보류될 위기에 놓였다.

해외 투자비중이 높은 CJ푸드빌도 해외 파트너 기업과의 신뢰도 하락을 가장 크게 걱정하고 있다. 전세계 10여개국, 160여개 매장을 운영하며 한식 세계화에 앞장서고 있는 CJ푸드빌은 기업 신뢰도가 하락할 경우 파트너 기업과의 계약 체결 차질은 물론 한식 세계화 이미지도 추락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일자리 창출 등 국내 사업도 악영향=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에 적극 동참하며 내놓은 일자리 창출 프로그램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높다. CJ그룹은 최근 그룹 내 아르바이트 직원 1만5,000명을 정규직과 같은 조건으로 대우하는 한편 경력이 단절된 여성을 대상으로 재취업 프로그램을 만들어 5년간 일자리 5,000개를 만들겠다고 선포했다. 그러나 이 회장의 경영 공백으로 인한 사업 차질로 고용창출 계획을 유지할 수 있을지가 의문시된다.

CJ그룹 계열사의 협력기업 및 관계자들도 좌불안석이다. 특히 CJ E&M 콘텐츠 사업의 경우 당장 성과가 나지 않고 장기 계획과 투자가 필요해 전문경영인이 의사 결정을 내리기 쉽지 않은 분야다. 이 회사 관계자는 "불가피한 경영 공백으로 영화제작을 앞둔 영화인들이 애를 태우고 있다"면서 "다른 계열사의 파트너들도 마찬가지 심정"이라고 귀띔했다.

◇경영 공백 메울 후임 인사는 누구=이 회장의 경영공백 가능성이 현실화하면서 경영 후속 체제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그룹 측은 "그런 것까지 논의할 단계가 아니다"라며"향후 상황을 지켜보며 방안을 모색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우선 이 회장의 공백을 메울 인사로 그의 누나인 이미경 CJ E&M 부회장과 그의 외삼촌이자 현재 그룹 공동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손경식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을 꼽는다.

이 부회장이 그룹을 맡을 경우 지주사 주식을 전혀 갖고 있지 않아 지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의 시각이 있는 것과 관련, 그룹 관계자는 "회장 대행 의사 결정자가 법적으로 반드시 지분을 갖고 있어야 할 필요는 없지 않냐"며 자연스러운 수순임을 시사했다.

이 부회장이 엔터테인먼트 쪽에 경력이 집중된 반면 그룹 경영에는 크게 관여하지 않아 왔기 때문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더욱이 검찰 수사가 오너 일가를 겨냥하고 있는 마당에 섣불리 이 부회장이 전면에 나서는 것이 부담스러울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손 회장의 경우 이 회장의 어머니인 손복남 고문의 동생이라는 점에서 무게가 실리지만 올해 74세의 고령인데다 경영일선에서 10년 가까이 떠나 있었던 게 약점으로 지적된다.

이밖에 이 회장 자리를 그대로 비워놓고 현재 ㈜CJ 대표이사인 이관훈 대표가 경영만 대행하거나 아예 제3의 전문경영인을 영입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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