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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프지만 아름다운 유년의 꿈

박인식 지음, '종이비행기'"아아 누가 돌려주랴, 그 아름다운 날 첫사랑의 그때를/ 아아 누가 돌려줄 것인가 그 아름다운 시절의 다만 한 토막이라도." (괴테 '첫사랑'). 괴테의 노래처럼 추억은 애절한 그리움이다. 그러나 과거의 아름다움에 대한 그리움은 현실의 지난함을 잠시나마 잊게 위안을 주기도 한다. 돌이킬 수 없는 과거는 때때로 회상 속에서 아름답게 채색되어 삶을 옥죄는 현실의 불안과 고통을 이겨낼 수 힘을 주기 때문이다. 박인식의 장편소설 '종이비행기'는 괴테의 시 '첫사랑'의 영탄을 떠올리게 한다. 작가는 이 작품에서 자전적 체험과 허구적 상상력을 바탕으로 제약이 많은 현실 속에서 자유와 꿈을 갈망하던 한 소년을 통해 우연과 열정, 만남과 엇갈림, 갈등과 고통, 희망과 좌절 같은 무수한 삶의 무늬를 채색하고 있다. 박인식은 전작 장편 '만년설'과 '백두대간 1ㆍ2'에 이은 세번째 장편에서도 어김없이 인간의 자유를 중심 화두로 내세우고 있는 것이다. 소설은 작가 자신의 자전적 체험이 상당 부분 중첩돼 있다. 주인공 '나'는 어린 시절 받았던 박기정의 만화 '불발탄'의 진한 감동을 잊지 못한다. 이는 저자의 실제 경험이다. 주인공이 기억하는 '불발탄'의 처음은 주인공 훈이가 종이비행기를 날리는 장면. 파리행 비행기가 떠오르자 훈이는 자신이 접은 종이비행기를 접어서 날린다. 그러나 종이비행기는 높이 날지 못하고 이내 바닥으로 떨어진다. 종이비행기의 추락, 이는 유년의 순수와 사랑과 꿈의 상실로 해석된다. 이 소설은 문자와 더불어 이미지를 텍스트로 사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채롭다. 사진ㆍ그림ㆍ만화 등 수많은 이미지 텍스트들이 시각언어의 형태로 작품 속에 삽입돼 있다. 작가가 직접 파리에 가서 찍은 사진들, 소설의 등장인물인 이장욱과 정기호의 실제 작품과 반 고흐와 고갱의 명작들이 소설에 입체감을 불어넣어 준다. 작가는 "소설 속의 이미지 텍스트들을 언어의 개념으로 사용했다"며 "이들 시각언어들이 소설의 본문으로 읽혀지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문자와 이미지의 병합'이라는 새로운 시도 속에서 '종이비행기'에 담긴 유년의 꿈은 슬프지만 아름답게 펼쳐진다. 작가 박인식은 1985년 첫 창작집 '사람의 산'을 발표한 이래 '서문동답' '지금도 그 악어가 그립다' '방랑보다 황홀한 인생은 없다' 등 10여권의 저서를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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