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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in마켓] 일본 양적완화, 국내 채권시장 흔드나

'금리인하+외국인 매수'로 강세 전환 가능성<br>환율 방어조치 기대 커지고 일본 국채 보유 외국인 1%만 이동해도 10조 유입


일본은행(BOJ)이 양적 완화를 결정하면서 국내 채권시장이 강세로 전환될 가능성이 커졌다. 통화당국이 다음달 기준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커진 데다 외국인의 채권 매수세가 높아질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23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채 3년물 금리는 기준금리가 동결된 지난 11일 이후 2.73~2.76%의 좁은 박스권에서 움직이고 있다. 국채 5년물(2.83~2.88%)과 10년물(3~3.05%) 역시 0.05%포인트 이내의 구간에서 오르락내리락 하는 상황이다. 올 초순까지만 해도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 등으로 하루에 0.04~0.05%포인트 가량 움직인 점을 감안하면 변동성이 크게 줄어든 것이다. 오창섭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통화당국이 기준금리를 인하할 지 여부에 대해 힌트를 주지 않고 있다”며 “채권시장이 방향성을 잡기 애매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어 변동성도 줄어들었다”고 설명했다.

전날 일본은행의 양적완화 발표는 고요한 국내 채권시장에 적잖은 파장을 줄 전망이다. 일본정부는 장기 디플레이션을 벗어나기 위해 일본은행을 통해 내년부터 매월 13조엔(약 155조원)의 국채 매입 등 유동성 확대를 시행한다. 또 4월 일본은행 신임총재 취임, 7월 참의원선거 등을 앞두고도 경기부양을 위한 양적완화 가능성이 커진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국내 채권시장이 전날 일본은행의 정책에 즉각 반응을 보인 것은 아니지만 앞으로 영향권에 들 가능성이 높아졌다. 일본이 양적완화와 엔저정책으로 환율 관리에 나선 만큼 우리 통화당국이 기준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평가에서다. 김세훈 대신증권 연구원은 “최근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가 엔화 약세에 대해 경각심을 거듭 피력했다”며 “통화당국이 그 동안 유럽중앙은행(ECB) 등 주요 중앙은행의 통화완화 조치에 동조화 추세를 보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일본은행의 양적완화는 국내 통화정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설사 기준금리가 인하되지 않더라도 인하 기대감이 확산되면서 채권시장이 강세로 바뀔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공동락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환율 방어를 위해 금리정책을 활용하는 것이 이론적 측면에서 논의될 수는 있지만 실효성은 크지 않을 것”이라며 “선진국들의 통화 완화에 대응하기 위해 국내 통화당국이 기준금리를 인하하리라는 일종의 ‘스토리 라인’이 형성돼 채권시장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일본은행의 양적완화로 인해 외국인의 매수세가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외국인은 이달 들어 국채 선물시장에서 5만3,000계약 이상을 순매수했다. 지난해 5월(6만4,100계약) 이후 8개월 만에 최대 규모다. 현물시장에서는 4,000억원을 순매수하는 데 그쳐 지난달(5조3,000억원)의 10%에도 못 미칠 정도로 매수 강도가 약해졌다. 홍정혜 신영증권 연구원은 “일본정부의 엔저정책으로 인해 엔화약세가 지속될 경우 외국인이 엔캐리 트레이드를 통해 국내 채권을 매수할 가능성이 있다”며 “또 일본 국채의 신용부도스왑(CDS) 프리미엄이 0.87%로 한국 국채(0.66%)보다 높은 상황이어서 일본 국채투자자가 한국으로 옮겨올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영증권에 따르면 일본 국채를 보유한 외국인 가운데 1% 가량이 한국 국채로 이동할 경우에 10조원의 자금이 유입되는 것으로 평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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