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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없는 국가경쟁력(사설)
입력1997-03-27 00:00:00
수정
1997.03.27 00:00:00
세계가 앞으로 뛰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뒷걸음질을 거듭하고 있다. 선진국을 지향한다는 나라가 개도국 수준도 지키지 못하고 3류국으로 전락해가고 있다는 우려가 현실화해가고 있다.노동법파동 한보비리 의혹에 이은 부도사태, 잇달아 터진 각종 부정 비리, 정치혼란에 겹친 경제 사회불안으로 국가경쟁력은 갈수록 처지고 국가위험도는 높아져 가고 있다.
세계적 권위의 스위스 국제경영연구소(IMD)가 중간 집계한 3월말 국가경쟁력평가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46개국중 31위를 기록, 지난해 27위에서 4단계나 추락했다. 95년 24위에 비해서는 7단계나 밀려 해를 거듭할수록 급격히 처지고 있음을 보여 준다.
경쟁력은 개방화가 가속되는 무한경쟁시대에서 생존의 기본 요건임을 감안할때 국가적 위기에 직면해 있음을 의미한다. 더욱이 경쟁국인 홍콩 대만 말레이시아에 뒤진 것도 우리의 자존심이 상하는 일인데 후진국으로 전락했다는 필리핀에도 밀렸다는 사실은 충격이 아닐 수 없다.
부문별 평가를 보면 통탄스럽다. 금융부문 43위, 국제화 40위, 정부서비스와 사회간접자본 36위로 여전히 세계 하위권을 맴돌고 있다. 지난해 4위에 올라 그나마 체면을 유지시켜준 국내경제활력도 11위로 처졌다. 성장 활력과 경영의욕마저 상실해 가고 있음을 반영한다. 심각한 경고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이제 더 뒤로 갈곳이 없는 벼랑에 서 있는 꼴이다. 경제의 추락이나 총체적 국가위기는 경쟁력 약화에서 비롯되었다. 우리의 살길은 국가경쟁력 강화 뿐이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번번이 미적거리고 소홀히 해 오는 바람에 기회를 놓치고 정책도 실패했다.
그동안 경쟁력 강화 노력이 없었던건 아니다. 고비용 구조 혁파나 규제철폐, 정부기구 축소, 금융개혁, 부패척결 등이 국가적 과제로 제시되었지만 구호에 그쳤을 뿐 가시적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무리한 가입같이 정권의 과시욕이 거품을 부풀렸고 지도력의 부재, 관료의 이기주의와 복지부동, 오락가락하는 정책 등이 복합작용하여 경쟁력 강화의 발목을 걸었던 것이다.
더 주저 앉을 수는 없다. 국가경쟁력 추락의 총체적 요인을 처음부터 검증하고 늦었지만 다시 시작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앞서가는 나라의 성공사례와 처지는 나라의 실패 원인을 거울로 삼을 필요가 있다.
금융빅뱅에 이어 경제 개혁에 성공하고 노조가 조용한 영국은 외국인 투자 천국이 되면서 12위로 뛰어올랐다. 정부개혁에 성공한 뉴질랜드는 10위에 올라 작은 거인이 되어 가고 있다.
그런가 하면 2∼4위 상위권에 있던 경제대국 일본은 11위로 내려 앉았다. 구태의연한 관료체제와 금융의 낙후 때문이다. 그 일본도 개혁을 위해 몸부림을 하고 있다.
국가경쟁력의 추락과 함께 국가위험도는 상승하고 있어 위기의 우려를 더 깊게 한다. 세계 유수의 예측기관인 와튼계량경제예측연구소(WEFA)의 국가위험도 보고서에 따르면 경제성장·역동성·물가·금융시장안정성·환율변화 등 각 지표에서 불안정 국가로 평가되었다. 특히 금융시장 노사관계 기업가 신뢰도는 OECD 평균엔 물론 아시아 개도국 평균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점수를 받았다.
더 이상 한눈 팔 시간이 없다. 경쟁력 강화에 총력을 집중해야 한다. 그것이 경제를 살리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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