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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얼음판 글로벌 시장] "한은이 외화유동성 직접 공급해야"

외국계 금융사 CEO가 보는 '컨틴전시 플랜' <br>"현상황은 신뢰의 위기" 신흥국 탈동조화 현상 뚜렷 <br>보유외환에 위안화 추가 채권시장 모니터링도 주문

유럽 재정위기와 미국의 더블딥 가능성 등에 따른 위기대응(컨틴전시 플랜)과 관련해 외국계 금융회사 최고경영자(CEO)들은 "비상시에 한국은행이 직접 외화유동성을 은행에 공급할 것"을 주문했다. 이들은 또 보유외환을 다변화해 중국 위안화를 포함시키고 외국인이 많이 보유하고 있는 채권시장동향을 꼼꼼히 살피라는 조언도 했다. 이와 함께 외국계 금융기관장들은 현재의 금융시장 불안을 정치 지도력 부재에서 오는 '신뢰의 위기'로 규정하고 세계경제가 저성장 기조에 진입했으나 악화된 미국ㆍ유럽 경제와 달리 한국 등 신흥시장은 디커플링(탈동조화) 현상이 뚜렷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골드만삭스ㆍ모건스탠리ㆍ씨티은행ㆍHSBCㆍBNP파리바ㆍ도이치증권ㆍ중국은행ㆍ노무라증권 등 해외 은행·증권사 국내 대표들은 12일 권혁세 금융감독원장을 만난 자리에서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과 관련해 이같이 조언했다. 우선 외국계 금융사 CEO들은 미국이 더블딥에 빠지기보다 저성장 기조가 확고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외국계의 한 대표는 세계경제 상황을 두고 "1등 하는 학생이 100점 맞던 시대에서 80점 맞는 학생이 1등을 하는 시대로 바뀌었다"고 비유하며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신용의 위기'였다면 현재 미국과 유럽의 경제가 악화된 것은 복잡한 이해관계를 조율하지 못하는 정치 지도력 부재로 생긴 '신뢰의 위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미국과 유럽 경제가 나쁘다고 꼭 한국 등 아시아의 신흥국 경제까지 동조현상을 보이지는 않을 것이라며 '한국경제의 디커플링' 현상이 뚜렷하다고 설명했다. 한 참석자는 "해외 장기 투자자의 한국에 대한 긍정적 시각에는 큰 변화가 없다"며 "최근 한국 증시가 다른 나라보다 많이 떨어진 것은 한국시장의 개방도가 높아 유동성이 크기 때문이지 펀더멘털에 문제가 있어서는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특히 한국 국채에 대해서는 안정성이 높아져 외국인 투자가들이 매력적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재정건전성은 계속 강화해야 하며 외국인의 채권보유 비중이 최근 급격히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금융당국이 채권시장 모니터링을 면밀히 해나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내 정치권의 최근 포퓰리즘 행태가 심화돼 재정상태가 나빠질 조짐을 보이면 투자했던 외국인이 썰물처럼 빠져나갈 수 있음을 강력히 경고한 것이다. 과거 외환위기와 2008년 금융위기로 우리나라가 외화유동성에 대해 걱정을 많이 하는 것과 관련, 외국계 금융사 대표들은 "인도의 경우 중앙은행이 직접 외화유동성을 은행에 공급하고 있는데 한국도 비슷한 제도를 도입하면 유용할 것"이라고 권유했다. 한국은행이 보유한 3,110억달러의 외환보유액을 언제든 국내 금융권에 투입할 수 있게 안전장치를 갖추라는 것이다. 외환보유액에 중국 위안화를 포함해 보유외환 형태를 다양화하라는 건의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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