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금이 올해 순매수 10조원 돌파를 눈 앞에 두고 있다. 최근 외국인이 연일 매도에 나서며 연말 장세에 대한 불안감을 키우고 있지만 연기금이 이달말까지 1조원 가량을 더 사들일 가능성이 높아 안전판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연기금은 자산유입이 지속되고 있어 내년에도 국내 증시에서 적어도 10조원 이상의 주식을 매집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연기금은 유가증권시장에서 올해 들어 지난 6일까지 총 9조 5,912억원을 순매수했다.
이는 연 순매수 규모에서 지난 2008년(9조5,365억원)을 뛰어 넘어 2011년(12조 8,045억원) 이후 역대 2위로 올라섰다.
특히 연기금은 올들어 시황이나 외국인의 매수 규모에는 아랑곳 않고 꾸준한 매수세를 보여주고 있어 증시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있다. 외국인은 지난 9~10월에 13조원어치를 사들였다가 지난달에는 1,883억원 순매도로 돌아섰다. 이달 들어서도 지난 3일 이후 4거래일 연속 순매도에 나서며 7,478억원어치를 내다 팔면서 코스피지수를 단기 박스권 하단으로 주저 앉혔다.
반면 연기금은 최근 들어 다시 순매수 규모를 늘리고 있다. 연기금은 7월 이후 유가증권시장에서 매달 1조원 이상 주식을 사들였으나 외국인의 매수세가 강화된 지난 10월에는 매수 규모를 절반 수준으로 줄였다.
하지만 지난달에 다시 1조 615억원으로 늘렸고 이달에도 2,865억원 매수우위를 보이고 있다.
연기금 중에서도 국민연금이 큰 역할을 하고 있다. 국민연금은 지난 10월 말 기준 자산규모가 422조원에 달한다. 전체 자산에서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투자 비중은 19.7%로 작년 말 18.7%에 비해 1%포인트 정도 늘었다. 이 같은 국민연금의 역할은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커질 것으로 보인다. 국민연금은 오는 2034년 자산 규모가 2,500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데다 지난 8월 말 금융위원회가 10%룰을 완화해 연기금들이 국내 주식 투자 규모를 늘릴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기 때문이다. 실제 10%룰 완화 이후 국민연금이 10% 이상 지분을 가지고 있는 종목은 9월 15개에서 지난달말에는 35개로 크게 늘어났다. 또 당장 올해만 하더라도 국민연금은 국내 주식 투자 목표 비중을 20%로 잡고 있기 때문에 연말까지 추가적으로 주식 시장에 자금이 유입될 수 있다. 실제 시장에서는 국민연금이 올해 국내 주식 시장에 1조 이상의 자금을 추가 집행할 수 있는 여지가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강현철 우리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국민연금의 경우 2030년대 중반까지는 순자산 유입이 지속될 것으로 보이고 나머지 주요 연금도 앞으로 10년 동안 자금유입이 지속될 것"이라며 "퇴직연금 또한 주식 변수를 열어줬고 이렇게 되면 자산비중을 높이는 게 맞는 상황으로 내년에도 올해 정도의 순유입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자산 규모 증가와 10%룰 완화 등을 고려할 때 앞으로도 국민연금을 비롯한 연기금들은 대형주 위주의 투자 전략을 고수할 것으로 예상했다. 홍완선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이 지난달 금융투자협회가 주최한 행사에서 중소형주에 대한 투자를 늘리겠다고 밝혔지만, 시장에서는 국민연금의 기금 규모와 시장에 끼치는 파급력, 중소형주 시장의 변동성 등을 고려할 때 국민연금이 취할 수 있는 전략이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연기금의 올해 투자전략을 주가가 부진한 대형 우량주는 집중 사들이고 반면 오른 종목들은 파는 전략을 고수했다. 연기금은 지금까지 삼성전자 주식 1조 4,465억원을 순매수했으며, 다음으로 한국전력(5,577억원)을 많이 샀다. 현대차와 기아차도 각각 3,464억원어치와 3,333억원어치 순매수 했다. 반면 가장 많이 팔아 치운 종목은 네이버(2,194억원 순매도), 한국타이어(1,353억원), SK하이닉스(1,339억원) 등으로 대형주 위주의 매매전략을 보였다.
연기금 관계자는 "기금 규모가 갈수록 커지고 있기 때문에 중소형주에 대한 투자 규모 자체는 꾸준히 커지겠지만, 기본적으로 장기 투자가인 연기금은 안정적인 투자 전략을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대형주에 대한 투자 비중을 높게 가져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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