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 가나, 인도네시아 등에 폴리머 애자 수출을 협의하고 있습니다."
23일 경기도 성남 본사에서 만난 최용승(63·사진) 구주기술 대표는 "개발도상국은 우리가 예전에 사용하던 사기 애자의 설치 비율이 90% 정도인데 사기 애자는 높은 온도와 습도에 약해 폴리머 애자로 교체하는 추세"라며 "향후 해외 수요 확대에 대비해 내년에는 전담팀을 만들어 조직적으로 해외사업에 대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 대표는 "실란트를 만들면서 유사한 재질의 애자 사업으로 확장했는데 호주, 그리스, 베트남 등의 실적을 바탕으로 수출 효자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사우디아라비아 등에서는 현지 공장 설립에 필요한 기술 지원을 해달라고 요청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1992년 창문도 없는 친구 사무실에서 사업을 시작한 최 대표는 20년이 넘게 국내 전력시장에서 한 우물을 팠다. 현재 20%인 수출 비중은 앞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구주기술의 대표적인 사업분야는 전력 배전선로와 절연을 목적으로 KTX와 지하철 등에 공급되는 전차선로용 폴리머 애자다. 지난 2004년 준공한 충주공장에서 관련제품을 생산한다. 한국전력이 수출 경쟁력 있는 우수 중소기업에 제공하는 '한국전력이 신뢰하는 파트너(KEPCO Trusted Partner)' 인증도 획득했다. 뿐만 아니라 미국 커티스라이트(Curtiss Wright)사와 기술제휴, 국내 대리점 계약을 통해 해외 선진 기술을 국산화하는데 힘쓰고 있다.
이 회사는 당초 원자력발전소용 페네트레이션 씰(Penetration Seal) 사업을 주력으로 성장했다. 페네트레이션 씰이란 원전 룸 사이를 밀봉 격리해 화재의 확산과 방사능 유출을 방지하는 것을 말한다. 최 대표는 "기존에 수입했던 실란트를 국산화하면서 앞선 경쟁력을 확보했다"며 "직접 원료를 생산해 시공하는 기업은 우리가 유일하고 원료의 품질경쟁력은 최고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원자력 산업이 일본 원전 사고와 국내 원전 비리사건으로 침체기를 겪고 있지만 전력공급 구조상 포기할 수는 없는 만큼 다시 부흥시킬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또 "최근 들어 경험있는 인력을 구하는 것도 힘들고 경영에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도 많아졌다"며 "이런 상태로 1~2년이 지나면 국산화된 좋은 기술이 도태될 우려가 크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원전 비리 문제로 업계에 한바탕 태풍이 휘몰아쳤지만 구주기술은 아무 문제 없이 굳건함을 지켰다. 그는 "회사 수익은 직원들과 함께 나누려고 한다"며 미소를 지었다. 이러한 철학을 토대로 지난 2011년에는 전 직원이 호주로 워크숍을 다녀왔다. 이직률도 업계에서 상당히 낮은 편이다.
최근에는 여성가족부로부터 우수한 가족친화경영 운영체제를 구축한 공로로 가족친화인증서를 받았다. 이 인증은 근로자가 가정생활과 직장생활을 조화롭게 병행할 수 있도록 탄력적 근무, 자녀출산·양육·교육 지원, 부양가족 지원 등과 같은 가족친화제도를 모범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기업에게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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