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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과 영업 규제로 매출 부진을 겪고 있는 대형마트 3사가 일제히 '신선식품 강화'라는 카드를 꺼내 들었다. 대형마트들은 최근 2~3년간 '반값 TV' '반값 화장품' '반값 랍스터' 등 가격 파괴 경쟁을 벌였지만 이같은 전략이 실적 개선보다는 과도한 마케팅 비용 지출과 마진 악화로 나타나자 가격 위주에서 품질 중심으로 영업 노선을 수정했다는 분석이다. 소비자 구매 비중이 가장 높은 신선식품군의 품질을 높여 고객에게 확실한 눈도장을 찍겠다는 것이다.
롯데마트는 다음 달 1일 창립 17주년을 맞아 '품질 혁신' 경영에 주력한다고 24일 발표했다. 지난해 말 롯데그룹 정기 인사에서 롯데마트의 수장이 된 김종인 대표가 취임 후 3개월 동안 조직 및 업무 파악 후 올해를 도전과 변화의 원년으로 만들겠다는 각오 아래 내놓은 첫 결과물이다. 기본적인 품질 보장을 넘어 품질의 차별성 극대화를 통해 상품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구상이다.
회사 측은 "산지 구매 단계에서부터 기준을 더 높여 상품을 확보하고 생산 과정에도 적극 관여할 계획"이라며 "또한 소비자가 제품을 신뢰하고 구매할 수 있도록 상품 이력 정보를 제공하는 '생산자 표시''생산 이력 QR코드'를 부착한 품목도 확대 운영한다"고 말했다.
또 롯데마트는 사과, 수박, 참외 외 감귤, 멜론 등으로 당도선별 품목을 늘리고 당도선별 과일 비중을 기존 26%에서 57%로 대폭 넓히기로 했다. 신선식품의 '진열 기한'에 대한 내부 기준도 강화해 판매 상품의 선도를 유지할 방침이다. 오는 26일부터 시작되는 창립 기념 행사 역시 신선식품 품질에 초점을 맞춰 '산지 직송''당도 선별''친환경 산지 생산' 테마의 기획전을 연다.
롯데마트에 앞서 이마트와 홈플러스도 올해는 가격 경쟁 대신 신선식품 강화에 영업의 무게 중심을 옮겼다. 이마트가 이달 초 밝힌 '국산의 힘 프로젝트'는 신선식품의 안전성과 품질을 동시에 높이는 데 초점을 뒀다. 아울러 경쟁사와 상품 차별화, 판로 확보가 어려운 농수축산업자들과 동반 상생까지 도모할 수 있어 1석 4조를 노리는 셈이다.
이마트 관계자는 "국산의 힘 프로젝트 대상으로 선정되는 것만으로도 품질을 인정받는 셈"이라며 "전담 인력이 상품 품질 개선과 포장, 디자인까지 돕기 때문에 기존 동급 상품보다 매출이 2배 이상 나올 것"이라고 자신했다.
홈플러스 또한 지난 10일 도성환 대표가 직접 간담회에 나와 신선식품 경쟁력 강화를 선언할 정도로 전력을 쏟고 있다. 간담회에서는 '신선식품 상시 가격 인하'가 부각됐지만 홈플러스는 가격 정책 외에도 1등급 이상 삼겹살 도입, 과일 품종 선별 등을 통한 품질 신뢰도 제고, 선도, 유통기한 등을 관리하는 신선지킴이 500명 신규 채용 등의 다양한 품질 정책도 발표했다. 품질이 좋지 않은 신선식품은 과감하게 즉시 폐기하겠다고 밝혔을 정도다.
이같은 대형마트들의 영업 전략 변화에 대해 업계에서는 결국 기본으로 돌아간 것으로 자체 평가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그동안 가격 거품 제거를 통해 장기불황, 소비 위축, 일요 휴무 등의 난관을 넘어보려 했으나 가격 전략은 소셜커머스, 오픈마켓 등도 내세우고 있어 결과가 기대 이하였다"며 "유통업의 기본인 상품의 품질을 더 높여 고객을 한 명이라도 더 유치하는 방향으로 선회했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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