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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학선거 '왕따'

"취업공부 할 시간도 부족한데" 학생들 선거참여 갈수록 줄어<br>정치만 외치는 운동권에 불신 비운동권 후보 당선도 잇따라


최근 총학생회 선거가 진행 중인 대학가는 의외로 조용하다. 대학생들의 '탈 정치화'와 기존 학생회에 대한 불신으로 총학생회 선거는 학생들의 관심권 밖으로 밀려난 지 오래다. 주요 대학에서 잇따라 비운동권 총학생회장이 당선되고 있는 것도 이 같은 현실을 반영한다는 지적이다. 1일 연세대에 따르면 지난달 28일부터 30일까지 사흘 동안 실시된 제44대 총학생회 선거에서 비운동권 '와우 연세'의 후보인 최종우(신학과 04)ㆍ김혜진(교육학과 04)씨가 각각 총학생회장과 부총학생회장에 당선됐다. 이들은 총 투표자 63.31%의 지지를 얻어 운동권인 '스페셜리스트' 후보(36.69%)를 여유 있게 따돌렸다. 이에 앞서 실시된 고려대 제40대 총학생회 선거에서도 비운동권 '고대 공감대' 후보가 총학생회에 당선됐다. 고려대에서 비운동권이 총학생회장으로 당선된 것은 지난 2001년에 이어 두 번째다. 학생들은 비운동권 후보들의 약진에 대체로 당연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연세대 김성훈(경영학과 01)씨는 "운동권은 뚜렷한 목적 의식 없이 언론이나 사회에서 이슈가 되는 일들만 찾아서 하고 학생들이 관심 있어 하는 일들은 외면해 이번 선거에서 비운동권 후보를 지지했다"고 말했다. 고려대의 한 학생(국어국문 05)도 "취업 준비, 학점 취득, 봉사활동 등 할 일이 너무 많아 선거에 대한 관심이 갈수록 줄고 있다"며 "특히 이번 선거에는 학생들의 생각과 다르게 행동하는 운동권 대신 비운동권 후보에 한번쯤 맡겨보자는 의견이 많았다"고 말했다. 특정 후보의 당선 여부를 떠나 선거가 무효가 되지 않도록 투표율을 과반수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일도 총학생회의 당면 과제다. 서울대의 경우 지난달 21~23일 투표에 이어 29일까지 3일간 연장투표를 실시했으나 투표율이 50%에 미달돼 결국 선거가 무산됐다. 고려대도 연장투표 끝에 54%의 최종 투표율로 당선자를 가렸지만 이번 선거에서 투표 절차를 바꾸지 않았다면 과반수 투표율은 불가능했을 것이란 지적이다. 고려대는 이번 선거를 앞두고 선거시행세칙을 개정, 졸업예정자는 투표에 참가한 사람만 재적인원에 포함하는 방식으로 투표율에 반영하도록 했다. 취업 및 면접 준비에 바쁜 졸업예정자들이 투표에 대거 불참하면 투표율 50%를 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심지어 서울 소재 한 대학에서는 투표율을 높이기 위해 투표 참여 학생에게 도너츠를 제공했다가 학생들의 거센 비판에 직면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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