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유(사진) 전 하나금융지주 회장(하나고 이사장)의 목소리는 의외로 밝았다.
김 전 회장은 3일 서울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지금 하나고등학교에서 나오는 길인데 가정형편이 어려워 장학금을 줬던 학생들이 명문대에 제법 많이 합격했다. 아이들을 보고 나면 기분이 참 좋아진다"고 말했다.
하지만 논란이 된 외환은행의 하나고 출연금에 대한 질문을 하자 목소리가 다소 격앙됐다.
그는 "(돈을) 달라고 하지도 않았다. 올려 놓고 흔드는 그 자체(출연금 논란)가 상당히 불쾌하다"면서 "외환은행이 하나금융에 배당하는 방식으로 다시 출연해준다고 해도 받지 않겠다"고 말했다. 하나고와 김 전 회장의 이미지에 큰 타격을 받은 상황에서 무리하면서까지 출연금을 받지 않겠다는 얘기다.
국정감사에서 최초 논란이 됐던 것도 와전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김 전 회장은 "먼저 출연금을 요청한 적도 없고 (기부금을) 주면 받는 거고 안 주면 받지 않는 것으로 단순히 생각했는데 이렇게까지 논란이 된 상황이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또 "외환은행이 하나고에 출연해도 그 돈이 모두 한꺼번에 (하나고에) 들어오는 게 아니라 250억원에 대한 이자(약 8억원)를 가지고 사용한다"면서 "당장 돈이 들어가는 것처럼 호도된 게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어 "한걸음 더 나아가 외환은행으로서는 출연에 따른 법인세 절감 효과도 꽤 크다"고 덧붙였다.
외환은행 이사회는 지난 10월 사회공헌 차원에서 하나고에 250억원을 출자하고 7억5,000만원을 운영 자금으로 지원하기로 의결했다. 하지만 외환은행 노조는 업무상 배임으로 볼 수 있다며 반발했고 국정감사에서도 결정이 부적절하다고 지적하자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법률적인 면 등 필요한 사항을 자세히 검토하겠다"고 밝히면서 논란이 커졌다.
금융위는 이후 외환은행의 하나고 출연에 대한 법률 검토 결과 은행법 위반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은행이 대주주에게 자산을 무상으로 양도하거나 현저하게 불리한 조건으로 신용 공여를 해서는 안 된다는 은행법 35조 2의 8항을 어겼다는 것이다.
금융위가 이 같은 결론을 내리자 외환은행도 상당히 곤혹스러운 상황에 처했다. 외환은행 관계자는 "금융위의 유권해석 결과를 수용한다"며 "조만간 이사회를 열어 취소 결정을 내리거나 이사회 날짜를 잡기 어려우면 다른 방법으로 취소하는 방안을 찾아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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