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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타기 경영’ 언제까지…/진로 ‘부도’ 최악상황 모면
입력1997-07-30 00:00:00
수정
1997.07.30 00:00:00
이용택 기자
◎3금융권서 또 어음결제 요구땐 “파국”/경영권 포기각서 싸고 마찰도 변수로진로가 부도라는 최악의 파국위기를 가까스로 모면했다.
진로그룹의 모기업인 (주)진로는 지난 28일 동화리스가 지급요구한 87억1천2백만원을 막지 못해 1차부도가 났으나 29일 동화리스가 어음을 재연장하는데 동의함으로써 침몰위기를 겨우 면하게 됐다. 진로는 부도유예협약에 가입하지 않은 동화리스가 어음을 돌리자 29일 이희정 건설사장 등 사장단이 동화리스측과 필사적으로 접촉, 어음을 재연장시키는데 성공했다. 상업은행 등 1·2금융권도 동화리스측의 어음결제요구가 진로에 대한 부도유예협약을 유명무실하게 만들 우려가 있다며 동화측에 협조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진로는 당장 30일 1백12억4천만원의 어음이 돌아오지만 이중 1백억원어치의 융통어음을 보유하고 있는 삼성생명이 만기를 재연장해줄 방침이어서 당분간 큰 위기는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진로측은 동화리스의 어음을 결제할만한 자금은 확보하고 있지만 이를 결제할 경우 다른 금융기관들이 앞다퉈 어음을 돌릴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1차부도를 감수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 3금융권이 보유한 진로에 대한 채권은 2천4백억원규모. 그룹관계자는 『3금융권에서 일제히 보유어음을 돌리면 이를 막을 재간이 없고 결국 부도유예협약 대상 금융기관 및 대부분의 3금융권과 합의한 대출금 상환유예가 무의미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동화리스처럼 부도유예협약에 가입하지 않는 3금융권이 언제 다시 불쑥 어음결제를 요구할지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이다. 진로는 3금융권이 어음을 돌리지 말도록 필사적인 설득노력을 해야하는 아슬아슬한 「줄타기경영」으로 정상화에 나서야 하는 힘겨운 숙제를 안고 있다.
이와 함께 진로가 넘어야 할 또 하나의 큰 문제는 경영권 포기각서를 둘러싼 금융기관과 그룹간 이견이다. 주거래은행인 상업은행 등 부도유예협약에 가입한 금융기관들은 소생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한 4개사((주)진로·진로쿠어스맥주·진로건설·진로식품)에 대한 자금지원의 전제조건으로 장진호 그룹회장이 경영권 포기각서를 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정지태상업은행장은 『경영권 포기각서를 제출하지 않는 한 자금지원은 어렵다』고 말했다. 이를 제출하지 않는 것은 부도유예협약의 근본취지에 정면도전하는 것이라고까지 강조하고 있다.
이에 따라 3금융권에서 주거래은행이 자금지원을 하지 않는 마당에 어음만기를 연장해줄 필요가 없다며 어음교환을 밀어붙일 경우 경영정상화는 멀어지고 그룹침몰 등 최악의 사태를 맞이할 수 있다는 게 진로측의 설명이다. 그룹안팎에서는 경영권 포기각서문제는 오너인 장진호 회장의 결단에 달린 문제로 판단하고 있다.
하지만 장회장은 다른 계열사에 대해서는 경영권포기각서를 제출했지만 모기업인 (주)진로의 경영권만큼은 내놓을 수 없다며 끝까지 버티고 있다. 장회장은 『(주)진로는 부친(고 장학엽)의 가업을 이어받은 모기업으로 꼭 회생시켜 가업을 이어가고 싶다』며 『경영정상화를 이룩해 명예를 회복하겠다』는 입장이다.
진로는 이번 3금융권의 어음결제위기를 아슬아슬하게 넘기고 있지만 앞으로 강도높은 자구노력을 통해 경영정상화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입장이다.
진로그룹은 부도유예협약에 가입하지 않은 60여개 3금융권의 금융기관중 대출금상환계획에 합의하지 않은 기관은 동화리스 등 3개업체로 이들과도 개별협상을 통해 연말까지 상환스케줄에 합의할 경우 어음을 돌발적으로 돌리는 현상은 없을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진로는 이와 함께 부동산 및 자산매각 등 자구노력에 박차를 가해 대출금 상환에 총력을 기울이기로 했다. 자구노력을 통해 이달중 6천51억원의 정상화자금을 마련하고 내년상반기까지 1조9천억원의 추가자금을 확보하여 정상화를 위한 발판을 구축한다는 전략이다.
그러나 이같은 자구노력의 전도에는 걸림돌도 많다. 경기침체의 장기화로 부동산매각이 계획대로 쉽게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덩치가 큰데다 원매자들이 부동산가격의 추가하락을 노려 매입을 주저하고 있기 때문이다.<이의춘·이용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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