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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광고가 만든 '거짓욕구'를 버려라

소비중독증으로 개인ㆍ사회 치명적 위기. '문화 항체' 되살려야 ■ 어플루엔자 (존 더 그라프 외 지음/한숲 펴냄) "(미국은) 지금까지 내가 다녀본 나라 중 가장 (영혼이) 가난한 나라다." 미국을 처음 찾은 테레사 수녀는 눈부신 경제발전상에 감탄하기는 커녕, 미국인들의 시들어가는 정신에 혀를 찼다고 한다. 세계 인구의 5%를 차지하는 미국은 전세계 자원을 25% 소비하고 지구온난화를 일으키는 온실가스를 25% 배출하고 있다. 이처럼 풍요로운 미국의 대중소비는 후진국들의 선망이지만, 전세계 인류가 미국처럼 써대려면 지구 같은 별이 무려 다섯 개로도 모자란다는 환경론자들의 뼈있는 지적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 소비의 위험성은 비단 미국 만의 일은 아니다. 최근 1~2년 몰아친 '소비의 광풍'으로 심각한 후유증을 겪고 있는 우리도 이젠 과잉소비로 인한 정신의 피폐를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때문에 미국의 과잉소비 문제를 다룬 책 '어플루엔자'는 우리에게도 현실감 있게 다가온다.책에 의하면 '어플루엔자'란 소비지상주의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겪는 일종의 소비중독증. 끊임없이 더 많은 것을 추구함으로 인해 격무와 부채ㆍ근심ㆍ낭비 등의 개인적 고통을 당하게 됨은 물론 사회적 상처, 자원 고갈 등 인류 전체에도 치명적인 재앙을 안기는 질환이다. 저자는 존 더 그라프(방송프로듀서), 데이비드 왠(환경저술가), 토머스 네일러(듀크대학 교수). 이 책은 세 저자 중 대표자 격인 그라프가 제작해 미국에서 선풍적인 화제를 불러모았던 TV다큐멘터리 '어플루엔자'를 책으로 재구성한 것이다. 공저자들은 우선 '어플루엔자'라는 질환의 증상을 설명한다. 최악의 증상은 광적인 쇼핑열기. 1986년만 해도 미국에는 고등학교가 쇼핑센터가 많았는데, 이후 15년새 쇼핑센터가 고등학교의 2배를 넘어설 정도로 급팽창했으며, 미국인들은 현재 한 주에 6시간을 쇼핑에 할애하면서도 아이들과는 단 40분밖에 놀아주지 않는 '삶의 혼돈'상태에 빠져 있다고 지적한다. 개인파산도 심각하다. 2000년 한 해 미국의 가계는 평균 7,564달러의 카드빚을 지고 있는데, 이는 10년만에 3배나 늘어난 수치이며, 개인파산은 대공황때 보다도 훨씬 심각한 지경이다. 어플루엔자에 감염된 미국인들은 이밖에도 아무리 소비해도 만족을 모르는 만성적인 공허감에 시달리고 있으며, 큰 집과 좋은 차를 장만하기 위해 일에 치이는 일벌레로 전락해 버리는 등 심각한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 도대체 왜 이 지경이 되었을까. 저자들에 따르면 어플루엔자의 병원균은 인류에게 근원적으로 내재돼 있었다. 다만 그에 대한 항체인 문화적 가치가 현대의 상업적 압력과 기술적 변화에 침식당해 전례없이 빠른 속도로 질병이 확산됐다는 것이다. 질병 확산은 헨리 포드가 T형 승용차를 대량으로 쏟아냄으로써 '소비'라는 복음이 광고산업을 통해 전파되면서 부터다. 하지만 소비의 광풍이 몰아치고 있는 한편에는 이에 비판적인 문화적 '항체'가 엄존해 사회는 건강을 지켜왔다. 그러나 레이건 집권이후 어플루엔자 확산은 돌이키기 힘든 상황으로 치닫게 된다. 레이건 집권기는 공급측 경제학의 시대였지만 수요창출의 시대이기도 했다. 이후 20여년은 역사상 유례없는 상업적 팽창기가 펼쳐졌다. 저자들은 '풍요로운 사회'의 저자 갤브레이스의 말을 인용, "이미 물질적 욕구는 충족됐다"면서 어플루엔자 시대의 종언을 선언한다. 아울러 어플루엔자를 슬기롭게 이겨낸 다양한 사람들의 성공적 투병기와 치료방법을 소개한다. 이들이 제시하는 어플루엔자 치료법은 모두 8가지. 첫째는 자발적 단순성운동. 광고가 만들어낸 거짓욕구를 버리고, 참욕구를 회복하는 운동이다. 다음은 자연을 접하면서 그동안 잃어버린 감각을 되찾고 생태공포증을 없애는 것이다. 이밖에도 친환경제품을 사용하고, 협력적 이웃을 건설하고, 광고에 반광고로 대응하며, 노동시간을 줄이고, 마지막으로 병이 재발하지 않도록 정기검진을 하는 등이 어플루엔자를 효과적으로 물리치는 퇴치법들이다. 문성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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