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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용산에 사는 주부 김지현(35)씨는 지난 5일 이른 아침 집을 나서 경기도 고양시로 향했다. 김씨의 목적지는 이날 오픈한 롯데 빅마켓 킨텍스점. 4살짜리 아들이 갖고 싶다고 매일 조르는 파워레인저 다이노포스 DX티라노 킹을 구입하기 위해서다. 김씨는 영업 개시 전부터 한 시간을 넘게 매장 밖에서 기다린 끝에 입장에 성공, 티라노킹 구입 대기 번호표를 받은 후 50개 한정 상품을 21번째로 손에 쥘 수 있었다. 김씨는 "점포에 준비된 물량이 50개 밖에 없었는데도 등 뒤로 백 여명이 넘게 줄을 서 있었다"며 "인터넷에 보면 아빠들이 반차를 내고 구하러 다닌다는 이야기도 많다"고 말했다.
연말을 앞두고 아이들이 원하는 장난감 선물을 구해야 하는 부모들의 '크리스마스 악몽'이 또다시 시작됐다. 2011년 레고 닌자고 시리즈와 2012년 레고 키마 시리즈, 지난 해 또봇 쿼트란에 이어 올해는 '파워레인저 티라노 킹'이 미취학 연령대의 남아들 사이에서 '핫 아이템'이 되면서 집집 마다 일찌감치 크리스마스 선물 공수 작전에 돌입했다. 티라노킹은 지난 7월부터 TV에서 방영 중인 어린이 만화 파워레인저 '다이노포스'에 등장하는 로봇으로, 방영 시작과 함께 큰 인기를 끌면서 또봇을 제치고 완구 코너의 최고 인기 상품으로 등극했다.
이에대해 일부 소비자들은 "오프라인은 물론 온라인 유통업체들까지 부모들의 애타는 마음을 이용해 인기 장난감을 미끼 상품으로 이용한다"고 원망 섞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하지만 관련 유통업체들은 "가져다 놓기만 하면 팔리는 데 수급이 안돼 못 팔 뿐"이라고 항변하는 상황이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마트는 오는 27일 완구 전문 인터넷몰인 '토이저러스몰'을 재단장하면서 이벤트 상품으로 티라노킹 1,000개를 준비하고 27일부터 30일까지 4일 동안 매일 오전 9시 정각에 250개씩 정상가 7만5,000원에 선착순 판매하기로 했다. 티라노킹 구입을 위해 해외 직구까지 불사하거나 인터넷에서 개인 거래를 통해 웃돈을 주고라도 구입하려는 부모 입장에서는 이날 판매 개시 전부터 인터넷 앞에 앉아 이른바 '광클(광란의 클릭)'을 준비해야 한다는 의미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일부 온라인몰 등에서는 정상 판매가격의 2~3배가 넘는 20만원대에 거래되는 등 프리미엄까지 붙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제품 공급사인 반다이코리아에서 받을 수 있는 물량이 한정돼 있어 최대한 공정하게 판매하기 위해 온라인을 통해 판매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소비자와 유통업체들은 크리스마스가 다가올수록 이 같은 장난감 쟁탈전이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난 수년간 겪은 학습 효과에 따른 전망이다. 2011년과 2012년엔 국내에서 레고 시리즈를 구하지 못한 젊은 엄마, 아빠들이 해외로 눈을 돌리면서 아마존에서도 일부 상품이 품절되고, 이베이 등에서는 정상가 대비 훨씬 높은 가격에 거래되기도 했다.
또 지난 해엔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쿼트란을 비롯한 또봇 시리즈가 레고를 누르고 품절 사태를 빚었다. 또봇의 경우 레고나 파워레인저와 달리 국내 기업인 영실업이 내놓은 완구지만, 생산 공장이 개성공단에 있어 생산량 조절이 쉽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유통업계의 한 관계자는 "온라인에서 개인 판매자들이 폭리를 취하고 일부 완구 판매처가 크리스마스 직전 구입 수요가 최대치로 올라갈 때까지 물량을 풀지 않고 모은다는 이야기가 들리기도 한다"며 "하지만 대형 업체들의 경우 수요가 많다고 해서 정상가보다 높게 받을 수도 없는데다 점포별로 물량 배분도 쉽지 않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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