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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이전 위헌결정' 당·정·청 사실상 "무방비"
입력2004-10-22 17:17:27
수정
2004.10.22 17:17:27
姜전법무 빼곤 모두 희망적 판결만 기다려<br>靑ㆍ우리당 전날에야 '이상징후' 입수 허둥<br>野도 "판결과 상관없이 수도이전 반대" 실수
청와대와 당ㆍ정은 헌법재판소의 위헌 판결을 전혀 몰랐을까.
결과적으로 이번 판결에 대해 당ㆍ청ㆍ정은 사실상 ‘무방비’ 상태에 놓여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만이 유일하게 위헌 결정 가능성을 피력했을 뿐 그간 당ㆍ정ㆍ청은 별다른 대비도 하지 않은 채 희망적인 판결만을 기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강 전 장관은 헌재의 ‘보수성’을 지적하면서 각료 중 유일하게 위헌 가능성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22일 “강 전 장관이 7월 총리공관에서 열린 고위당정정책조정회의에서 ‘간단히 볼 문제가 아니다.
위헌 결정이 날 것 같다’고 지적했지만 다른 장관들 대부분은 ’그렇지 않다. 괜찮다’고 말했다”며 “(강 전 장관은)보수적인 헌재 구성원들의 성향상 쉽게 합헌 결정이 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헌재의 이상기류를 처음으로 감지한 것은 ‘청와대’였다. 선고가 내려지기 직전인 20일 오전에 청와대 내 율사출신 비서관들은 다양한 경로를 통해 헌재가 위헌 결론을 낼 것이라는 미확인 정보를 얻어냈다. 그러나 청와대는 “잘못된 정보일 것”이라며 기각에 기대를 걸고 있었다.
그러다 오후 5시께. 열린우리당에 비상이 걸렸다. 헌법재판소 결정이 위헌이 될 것이라는 첩보가 날아 들어온 것. 순간 우리당은 충격에 휩싸였고 곧 이어 “위헌 이유에는 ‘경국대전’이라는 문구도 있다”는 구체적인 소문까지 나돌았다.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자 당 지도부가 직접 소문의 진상 파악에 나섰다. 그러다 밤 8시20분께 천정배 원내대표와 이종걸ㆍ김영춘 원내수석부대표가 국회 원내대표실에서 긴급 회동하고 향후 대책을 논의했다.
당시 한 참석자는 “위헌에 대한 정보도 있고 그렇지 않은 정보도 있었다”며 “정확히 판단하기 어려워서 일단 더 알아보기로 하고 회의를 끝냈다”고 말했다. 그러나 위헌 결정이 확정적이라는 첩보가 설득력을 얻자 지도부는 이내 침통한 분위기로 빠져 들었다.
선고 당일인 21일 오전. 총리실에도 이런 정보가 보고된 것으로 보인다. 이해찬 총리는 헌재 결정이 내려진 날 오후에 ‘예상외로 신속한’ 행보를 보여 내용을 이미 파악한 것으로 추측된다.
오전 11시께 정보기관에서 위헌이 나올 것이라는 소문이 퍼졌다. 특히 이 총리는 이날 낮에 노무현 대통령과 청와대에서 오찬회동을 가진 것으로 알려져 추측을 뒷받침하고 있다.
그러나 청와대와 총리실은 이보다 훨씬 전부터 이상징후를 인식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이 헌재의 결정이 나오기 하루 전인 20일 충청도에 내려가 ‘기업도시 선정지역에 충청도도 포함될 수 있다’는 뉘앙스의 발언을 했고, 이해찬 총리가 며칠 전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를 맹공한 것도 따지고 보면 헌재의 움직임을 어느 정도는 포착했으나 국민투표 쪽으로 감을 잡았지, 위헌 결정은 예상하지 못했다는 것. 그러나 청와대나 총리실에서는 이 같은 추측을 강력히 부인했다.
한나라당 역시 우리당과 마찬가지로 지난 20일 거의 같은 시각에 위헌 결정이 날 가능성이 있다는 정보를 입수했다. 하지만 전략팀은 ‘한정 합헌’ 및 ‘국민투표권고’ 쪽으로 잠정 결론을 내렸다.
8대1의 일방적 위헌 결정이 날 것으로 전혀 예상 못하는 바람에 다음날 김덕룡 원내대표는 주요당직자회의에서 “헌재 판결과 상관없이 수도이전에 반대할 것”이라고 치고 나오는 실수를 저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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