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에 상장 기업 4곳 중 1곳은 돈 벌어 이자도 못 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4곳 중 1곳은 부실 위험 기업이라는 말인데 글로벌 경제위기가 더 이어지면 웅진그룹처럼 자금난을 겪는 업체가 추가로 나올 가능성이 높다. 특히 건설업은 3분의2가 부실 위험에 처한 것으로 파악됐다.
LG경제연구원이 16일 올해 상반기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비금융 상장사 623개를 대상으로 이자보상배율이 1배 이하인 기업을 찾아본 결과 전체의 26.4%가 1배를 밑돌았다. 지난해 상반기 5개 중 1개(21.6%)보다 나빠졌다.
이자보상배율은 영업이익을 이자지급 비용으로 나눈 것이다. 이자보상배율이 1보다 낮다는 것은 영업이익보다 이자로 나간 돈이 많다는 의미로 장사를 해봐야 은행 이자 갚기에도 벅차다는 뜻이다.
업종별로 보면 분석대상 15개 중 13개가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이자보상배율이 떨어졌다. 건설업은 올해 상반기 이자보상배율이 0.5배에 불과했다. 건설업체는 65.7%가 보상배율이 1배 이하인 부실위험 기업이었다.
섬유의복(0.8배)도 이자보상배율이 1이 안 됐고 해상운송은 -0.9배를 기록했다. 전기가스업은 지난해 20.4배에서 올해 11.5배로 크게 낮아졌고 조선도 20.4배에서 8.5배로 떨어졌다. 의약품업도 8.0배에서 1.8배로 줄었다.
특히 그동안 선전했던 대기업도 이자보상배율이 지난해 상반기 3.9배에서 올해 3.4배로 낮아졌고 수출기업도 2.9배에서 2.8배로 주저앉았다.
문제는 돈 벌어 이자도 못 내는 부실 위험 기업의 부채규모는 더 늘고 있다는 점이다.
15개 업종 중 7개에서 이자보상배율이 1배 이하인 기업이 업계 부채의 50% 이상을 차지했다. 운송업종에서는 이 비율이 무려 89.2%에 달했다. 돈을 갚을 능력이 없는 기업이 오히려 더 많은 빚을 지고 있는 것이다.
이한득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기업들의 단기 내 대규모 연쇄 도산 가능성은 작지만 부실이 커지면서 지급불능에 빠지는 기업이 장기간 출현할 가능성이 있다"며 "기업부실이 금융부실로 연결되면 악순환에 빠질 수 있는 만큼 금융기관은 신용위험 관리에 기업은 실적관리와 자금운용에 온 힘을 쏟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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