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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은행 매각협상 재고해야
입력1999-04-12 00:00:00
수정
1999.04.12 00:00:00
외국은행과 손을 잡지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것이 은행가의 요즘 분위기다. 무엇보다 제일은행과 서울은행의 해외매각이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같다. 그러나 정작 제일은행과 서울은행의 최종 인수협상은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 외국 금융기관과의 합작에 쏠리는 뜨거운 열기와는 딴판이다.그래도 서울은행의 경우는 사정이 좀 나은 편이다. 정부가 제일은행보다는 다소 유리한 조건으로 매각키로 합의한 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제일은행의 경우는 이상하게 꼬여가고 있다. 이대로라면 예정대로 이달말에 경영권을 넘겨줄 수 있을지 의문이다. 뉴브리지·GE캐피털 컨소시엄측은 지난 1월 의향서를 교환한이후 3개월넘게 자산실사작업을 벌이고 있지만 거의 진전된게 없다.
정부가 보전해줄 부실채권 규모에 큰 편차를 보이고 있는 것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정부는 4~5조원으로 잡고있는 반면 뉴브리지측의 요구대로라면 최소 7조원이 들어가게 된다. 제일은행을 인수하면서 조금이라도 의심스런 채권은 모두 떨어버리려고 하고 있기 때문이다. 뉴브리지측의 요구를 들어주자면 무려 2~3조원의 재정이 추가로 투입돼야 한다. 아무리 약속이라해도 지나친 요구는 받아들여서는 안된다.
외국 금융기관에 부실 은행을 매각하면서 그런 천문학적인 규모의 혈세가 더 쏟아부어야 한다니 국민정서가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무리한 요구를 받아들이기 보다는 차라리 의향서를 파기하는 것이 나을 수도 있다.
당국의 졸속협상을 탓하고 싶지는 않다. 당시로서는 대외신인도 제고와 외자유치를 위해 서둘러야했던 배경을 충분히 짐작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는 사정이 엄청나게 바뀌었다. 더 유리한 조건으로 인수하려는 외국금융기관은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고 본다. 최근 외국금융기관들의 한국러시 행렬만 봐도 잘 알수 있다.
의향서를 파기하더라도 대외신인도 손상도 걱정할 것이 못된다. 그렇지않아도 제일은행 매각 조건이 지나치게 불리하다는 것은 국제금융계에서도 일반적인 평가라고 한다. 더욱이 국제거래에서 의향서의 절반이상은 깨어진다는 것이다. IMF와의 합의대로 다시 국제입찰을 하면 문제될 것은 없다. 국민의 세금부담을 지나치게 늘리면서까지 제일은행을 넘겨야 하는지 재고해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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