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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서울 강동구에 있는 이마트 천호점. 오픈 3시간여 전인 오전6시30분 주차장에 5톤 화물차 1대가 나타난 것을 시작으로 오전9시까지 총 5대의 화물차로 신선식품 1억원, 생활용품과 가공식품 1억5,000만원어치의 물량이 가득 부려졌다. 이원석 천호점장은 "본래 월요일(25일)에 들어올 물량인데 오늘 정상영업이 결정되면서 미리 주문해 받은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2일 매월 2ㆍ4주를 대형마트와 기업형슈퍼마켓(SSM)의 의무휴업일로 지정한 조례안이 위법이라는 서울행정법원의 판결로 서울 강동구와 송파구에 위치한 대형마트(6개), SSM(42개)이 이날 일제히 정상영업에 나섰다. 4월22일 첫 의무 휴업이 시작된 이래 2개월 만이다. 이 지역 대형마트들은 "매월 2·4주는 휴점합니다"라는 안내문을 "매주 정상 영업합니다"라는 문구로 바꿔 붙였다.
◇전통시장은 한산=이날 이마트 천호점과 5분 거리에 있는 전통시장인 천호신시장은 한산했다. 천호신시장은 그동안 매월 2·4주에 휴무해왔는데 이마트가 휴무하는 날 함께 문을 닫다 보니 대형마트 휴무에 따른 전통상권 활성화 효과를 전혀 보지 못하게 되자 휴무일을 1·3주로 바꿨다. 이날이 휴무일을 바꾼 후 첫 영업일이었지만 전체 상인 중 3분의1 정도는 바뀐 규정을 따르지 않고 평소대로 문을 닫았다.
그래서인지 시장 골목에는 사람이 드물었다. 생활필수품을 취급하는 새마을상회 이달자 사장(58)은 "4주째 일요일 영업은 오늘이 처음인데 이마트가 문을 열어 가뜩이나 없는 손님이 오늘도 마찬가지일 것 같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대형마트는 손님 몰려=갑작스럽게 정상영업을 하게 된 대형마트에는 손님이 몰렸다. 이마트 천호점의 주차장 직원은 "천호점은 주로 도보로 오는 고객이 많은데 오늘은 평상시보다 주차장이 매우 북적였다" 고 말했다.
주변 거주자뿐 아니라 다른 지역 소비자까지 방문할 정도다. 이마트 천호점을 찾은 정동욱(33)씨는 "아기 치즈와 우유를 사기 위해 광진구 구의동에서 왔다"면서 "전통시장은 아기에게 먹일 가공식품을 사기 힘들다"고 말했다.
송파구의 대형마트 사정도 비슷했다. 홈플러스 잠실점에서 만난 주부 김혜림(37)씨는 "정상영업을 한다는 뉴스를 보고 장을 보러 왔다"고 말했다.
예상외로 방문객이 많아 실적도 기대 이상으로 나왔다. 이마트 천호점과 명일점의 합산 매출은 오후4시 기준으로 전주(17일)보다 6.0% 신장했다. 홈플러스 잠실점(오후3시 기준)은 전주보다 매출이 약 6%, 롯데마트 잠실점은 같은 기간 매출이 약 17% 증가했다. 전성찬 홈플러스 잠실점장은 "지난주 일요일 방문객이 1만326명이었는데 오늘도 1만명이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갑자기 영업을 했는데도 고객 반응이 뜨겁다"고 말했다.
◇중소상인 "의무휴업 유지하라" 반발=중소상인살리기전국네트워크와 전국유통상인연합회는 이날 오후 이마트 천호점 정문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대형마트가 상권을 장악하면 재래시장은 다 죽는다"면서 "(강동·송파구) 대형마트 의무 휴업을 자율적으로라도 유지하라"고 촉구했다.
조중목 인천 도소매생활용품사업협동조합 이사장은 "슈퍼마켓을 운영하고 있는데 대형마트가 문을 닫으면 20~30%의 매출 신장 효과가 있다"면서 "(대형마트가) 의무휴업하면 소비자가 피해를 본다고 하는데 전통시장이 (대형마트) 수요를 대체해준다"고 주장했다.
이들 단체는 26일 대형마트와 SSM에 대한 허가제 도입, 하나로마트와 백화점, 쇼핑센터 내 대형마트 등 의무휴업 예외적용을 받는 곳의 영업규제를 담은 유통산업발전법 개정 청원안을 제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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