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취업자 수 증가폭이 20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4·4분기 '성장쇼크'에 이어 새해 들어서 고용시장마저 얼어붙으면서 우리 경제에 다시금 빨간불이 들어온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특히 고용시장의 가늠자라 할 수 있는 20~29세 청년층은 취업자 증가폭이 2만여명에 그치면서 실업률이 다시 9%대로 올라섰다.
◇취업자 증가폭은 줄고 실업률은 늘어=11일 통계청이 발표한 고용동향에 따르면 1월 취업자는 2,510만6,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34만7,000명 증가했다. 이 같은 증가폭은 2013년 5월 26만5,000명을 기록한 후 20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지난해 초반 80만명을 넘어섰던 취업자 증가폭은 세월호 참사 이후 한때 30만명대까지 떨어졌다가 8월에 60만명 수준을 회복했다. 하지만 이후 내림세로 접어든 뒤 새해 들어 다시 30만명대로 뚝 떨어진 것이다.
통계청 관계자는 "지난해 1월 설 효과로 취업자 증가폭이 70만5,000명으로 많았기 때문에 그에 따른 기저효과가 생겨 올 1월 취업자 증가폭이 상대적으로 줄어든 것"이라고 말했다.
연령별로 보면 청년층의 취업자 수가 대폭 급감했다. 지난해 8월 11만6,000명을 기록했던 20~29세 취업자 증가폭은 5개월 만에 2만6,000명까지 줄어든 상황이다. 지난해 11월 8%까지 떨어졌던 20~29세 청년실업률도 다시 9%로 올라섰다. 반면 50세 이상 취업자 증가폭은 36만5,000명으로 2013년 10월 이후 15개월 만에 다시 전체 취업자 증가폭을 앞질렀다.
취업자 증가폭이 줄어들면서 3.1%까지 떨어졌던 전체 실업률도 3.8%로 높아졌다. 지난해 하반기 60%대를 넘어섰던 고용률도 1월 기준으로 58.7%까지 떨어졌다. '체감실업률'을 나타내는 고용보조지표도 11.9%로 지난해 5월부터 집계하기 시작한 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경기회복기" 과도기 현상이라는 정부=고용시장지표에 일제히 빨간불이 켜진 것에 정책당국은 우리 경제가 회복기에 들어섰다는 진단을 내놓고 있다. 이찬우 기획재정부 경제정책국장은 "경기회복 초기에는 구직활동이 늘면서 실업률이 높아지는 단기적인 효과가 있다"며 "고용률과 실업률이 함께 올라간 것은 부정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올해 고용시장이 더 나빠질 수 있다는 진단을 내놓고 있다. 우선 경기지표가 너무 좋지 않다. 우리 경제는 지난해 4·4분기 성장률이 전 분기 대비 0.4% 성장하는 데 그쳤다. 세월호 때보다 경기가 후퇴했다. 고용시장이 경기에 후행하는 속성을 감안하면 일자리 찾기가 더 빠듯해질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한다. 그나마 지난해 12월 산업활동이 반짝 개선됐지만 따지고 보면 연말 자동차 프로모션 영향을 제외할 경우 되레 나빠진 것으로 파악됐다. 더구나 그동안 1년 넘도록 경기회복 국면이라고 강조해온 정부가 체감경기와 밀접한 고용시장 상황을 '경기회복 초기의 과도기'라고 진단한 것도 아전인수 격 해석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민간 전문가들은 월평균 40만명을 넘어서는 취업자 증가폭을 기록했던 지난해 고용지표도 '외화내빈'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정규직 중심의 청년일자리가 늘어난 게 아니라 베이비부머의 은퇴로 인한 비정규직 취업자가 대폭 늘었기 때문이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경기부진에도 지난해 고용시장이 좋았던 것은 노후대비가 안 된 장·노년층이 구직에 뛰어들며 질이 나쁜 일자리를 흡수했기 때문"이라며 "자영업이나 서비스업 등 이 같은 인력을 흡수해줄 만한 시장도 한계에 다다른 만큼 올해 고용지표는 더 안 좋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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