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종종 ‘경기가 예전만 못하다’거나 ‘경제가 어려워 살기 힘들다’는 말을 듣는다. 호황과 불황에 대한 언급이다. 경제학에서 호황이란 경기가 평균 이상의 성장속도를 나타낼 때를, 불황은 성장속도가 평균에 미치지 못할 때를 의미한다. 한 나라의 경제는 단기적으로 호황과 불황을 반복하면서 장기적으로 성장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 같은 경기흐름을 경기순환 또는 경기변동이라 부른다. 경기종합지수는 경기변동을 계량화해 수치로 나타낸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지난 1971년 3월부터 통계청에서 매월 작성해 발표한다. 경기종합지수는 동행ㆍ선행 그리고 후행종합지수로 나뉜다. 동행종합지수는 현재의 경기상황을 나타낸다. 산업생산, 도소매 판매 등 실제 경기와 함께 움직이는 8개 지표를 종합해 산출된다. 실무적으로는 경기순환 과정을 더 잘 파악하기 위해 동행종합지수에서 경제성장에 따른 자연증가분인 추세변동을 제거한 ‘동행지수 순환변동치’가 주로 활용된다. 선행종합지수는 경기전망을 나타내는 지수다. 현재의 경기순환에 앞서 나타나는 통화금융지표, 기계 수주액 등 10개 지표가 이용된다. 선행지수를 통한 미래경기 판단에는 ‘선행지수 전년동월비’를 사용한다. 전년과 비교함으로써 경기예측의 편의성을 높이는 것이다. 후행종합지수는 이전 경기상황을 나타낸다. 재고ㆍ소비지출 등 경기순환 뒤에 나타나는 6개 지표로 만들어진다. 경기국면을 사후적으로 재확인하기 위한 것이다. 경기종합지수의 보조적인 지표로 활용되는 것이 경제심리지표이다. 민간 경제활동 주체인 소비자(가계)와 기업의 경기전망을 수치화한 것이다. 소비자 심리를 표현하는 지수가 소비자기대지수(Consumer Sentiment IndexㆍCSI)이고 기업의 심리를 표현하는 지수가 기업실사지수(Business Survey IndexㆍBSI)이다. 대표적인 CSI는 통계청에서 달마다 도시지역 2,000가구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작성되는 통계청 CSI다. BSI로는 전경련 BSI가 널리 이용된다. 경제심리지표들은 기준치 100을 넘어설 경우 경기상황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가계나 기업이 그렇지 않은 쪽보다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만 경제심리지표는 설문을 통해 이뤄진다는 근본적 한계 때문에 실제의 경기상황과 동떨어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 한국의 1971년 이후 동행지수 순환변동치 추이를 살펴보면 최근 들어 과거보다 경기의 진폭이 상당히 축소되고 주기는 짧아지고 있다. 이는 최근 경기가 그렇게 좋지도 나쁘지도 않으면서 호ㆍ불황이 반복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나 과거의 경우 호황은 길고 불황은 짧은 비대칭 현상이 경기 사이클의 주요한 특징이었으나 최근 들어 호황과 불황 기간이 비슷한 형태로 바뀌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국내 경기 사이클이 불규칙한 개발도상국형에서 안정적인 선진국형으로 전환되고 있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국내 경제가 저성장 국면에 빠져들면서 경기 활력이 사라지는 현상으로도 분석된다. 경기 사이클 관리에 대한 경제정책의 핵심은 급격한 호황(과열)과 급격한 불황(침체)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과열과 침체는 경제주체들의 의사결정을 왜곡할 수 있고 이 과정에서 불필요한 자원낭비도 발생하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보면 경기진작을 위해 통상적인 범위에서의 재정 및 금융정책은 필요하지만 경제에 과잉 유동성을 유발할 수준의 통화팽창정책이나 무리한 경기부양책은 지양돼야 한다. 또 국내 경기의 활력을 높이기 위한 내수 부문 육성이 시급하다. 최근의 경기 사이클 단축 현상은 내수 부문이 취약한 가운데 세계 IT버블 붕괴, 신용 시스템 붕괴, 원자재가 급등 같은 대내외적인 충격이 영향을 미쳤던 데 원인이 있을 수 있다. 튼튼한 내수 부문이 보다 뚜렷한 경기회복세를 보장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기업 투자 회복이 무엇보다 중요하며 서비스 산업이 보다 고부가가치화돼 고용과 소비시장을 견인해나가는 견실한 경제구조가 정착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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